악어떼

악어떼
  1. 악어떼
  2. 미소녀 대리운전
  3.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4. 아으어우어으아
  5. Bonus Track

유머러스하면서 냉정하고도 비정한 얼터너티브 라틴

“선생님은 안에 계십니까?” 벌써 세 번째였다. 곰사장이 창전동 와우산 자락에 자리잡은 이 오두막에 찾아 온 것은. 첫 번째 찾았을 때는 길을 몰라 한참을 헤매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고, 두 번째 찾았을 때는 다행히 길은 찾았으나 선생님이 쿠바로 출장 가셨다는 얘기에 하릴없이 야동이나 보다가 돌아와야만 했다. 올해를 넘기기 전에 선생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미리 길일을 점지 받아 목욕재계한 후 찾아온 참이었다.

“계십니다. 하지만 낮잠을 주무시고 계십니다.” 문 앞을 지키던 동자가 대답했다. 어쨌든 계신 것이 어디냐. 감히 깨우지 못한 채 문 밖에서 가만히 서 있을 따름이었다. 현재는 산 속 깊이 은둔하고 있으나 몸소 기타를 들고 일어나면 대중 음악 판을 우적우적 깨물어 잡술 것이라 일컬어지는 ‘누워 있는 악어’, 와악(臥鰐) 안토니오 조 까를로스 선생을 만나는 데 이러한 정성 정도는 아주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창 밖의 해는 긴데 잊을만하면 다시 떠오르는구나.” 두 어 시진이 지났는가. 와악 선생이 일어나 기지개를 펴며 한 소절의 노래를 읊는다. 문 밖에서 듣고 있던 곰사장, 재빨리 카세트레코더의 녹음 버튼을 눌러 노래를 담는다. 까를로스 선생이 기계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익히 듣고 있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수 틀린다 싶으면 불법으로라도 배포해야겠다는 양아치 심뽀였던 것이다.

“별 생각 없소.” 아니나 다를까, 단숨에 거절하시는 조 까를로스 선생을 앞에 두고 ‘해적 테이프나뿌려야 겠다’며 곰사장 쓸쓸하게 발을 돌리려 찰나, 그래도 손톱 만큼 남아 있는 선한 업자의 양심이 그의 발을 붙들어 녹음한 것 한번만 들어보시라고 조른다. 반복 재생에 오토 리버스. 테이프 돌아가는 소리 요란한데 이렇게 해는 저물어 가고, 드디어 석양이 뉘엿해 질 무렵, 결국 선생의 승낙을 받고 말았다. “나쁘지 않구려!”

이렇게 하여 비로소 어리굴 써라운드가 제작하고 붕가붕가레코드가 유통하는 수공 업소형 음반 특별판, 나약한 사나이들의 식어버린 청춘과 궁상이 지겨워 몸소 기타를 잡은 아티스트 조까를로스를 주축으로 후루츠김, 몬테소리氏, 김간지가 모인 정열의 느와르마초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악어떼’가 출시되기에 이른 것이다. 잡종 문화를 특유의 키치적 유머로 풀어내는 장난스런 시각 위주의 음악으로 여겨지나 정작 음악 속에 담긴 것은 냉혹하고 척박한 현실과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어 좌절하는 이 시대의 힘없는 자들의 푸념들. 이런 지독한 아이러니를 얼터너티브 라틴 음악을 근간으로 하여 거칠게, 아주 거칠게 담아낸 것이 바로 본 음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