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떨어지겄네

옥수동 왕순대
똑 떨어지겄네
  1. 벌집됐네
  2. 왕순대가 돌아왔단다
  3. 똑 떨어지것네
  4. 모듬전
  5. 스팸전화
  6. 촛불그대
  7. 그냥
  8. 뽀찌

통기타 트로트의 화려한 탄생

처음 옥수동 왕순대의 음악을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명백한 트로트였다. 물론 이전에 인디음악계에서 트로트라는 장르를 시도한 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중 대다수는 그저 웃기기 위한 패러디나 겉핥기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 하지만 옥수동 왕순대에게는 그 구성진 멜로디하며 상당한 내공이 배어 있는 듯한 속 깊은 가창, 그리고 육덕진 노랫말이 있었다. 더불어 의외로 상당한 완성도를 갖춘 연주력이나 구성에 이르기까지, (다소 과한 표현이긴 하나) 정통적인 트로트로서의 음악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뿐이었다면 선뜻 내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입장에서 오랜 역사와 넓은 시장을 가진 트로트에 손을 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수밖에 없으니. 하지만 도저히 가만 두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몸뚱아리와 통기타를 갖고 스튜디오에 앉은 채 노래 하나당 15분 만에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는 소리들은 심지어 야성이라고도 일컬을 수 있는 풍만한 즉흥성을 품고 있었고, 그것에 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붕가붕가레코드가 시작할 무렵 우리들이 품었던 그 마음을 돌이켜 보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음악이었다.  

역경이 이어졌다. 일단 옥수동 왕순대를 설득하는 것이 문제였다. 인디음악의 ‘인’ 자도 들어보지 못해 홍대 앞 클럽 공연을 나이트 클럽 공연과 동일시했던 그에게 가뜩이나 미심쩍은 회사 이름을 들이밀면서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시키는 것은 진땀 꽤나 쏟아야 하는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실험을 주저치 않는 곳이라 하지만 트로트라니, 이건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는 회사 내부의 격론도 이어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수동 왕순대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널리 들려주고 싶은 마음은 도무지 사그라지지를 않았고, 결국 이모저모로 애를 쓴 결과 용케도 옥수동 왕순대의 첫 음반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본 작품은 붕가붕가레코드의 서브 레이블인 ‘쑥고개 청년회’의 설립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붕가붕가레코드의 발원지인 관악구 봉천동 쑥고개에서 이름을 따온 쑥고개 청년회는 그동안 붕가붕가레코드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였던 수공업 소형음반을 보다 발전시켜 하나의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 아직 대중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강한 스타일과 실험성을 갖춘 음반들이 쑥고개 청년회를 통해 발매될 것이다.  

모두 여덟 곡이 수록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곡은 옥수동 왕순대에 의해 만들어졌고 보컬, 코러스, 기타 연주, 드럼 연주 모두 그의 솜씨다. 옥수동 왕순대의 오랜 지기이자 붕가붕가레코드의 주요 작품에 교묘한 수법으로 크레딧을 올려왔던 나감독이 전면에 나서 프로듀서로서 모든 제작 과정을 총괄했다.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로는 노감자, 건반은 나감독이 참여했다. 디자인은 언제나처럼 김 기조. 특히 그는 이번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수공업 소형음반의 포맷을 만들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