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달

실리카겔
두개의 달
  1. 두개의 달

여덟 색깔의 다채로운 공감각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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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나 두 명이 도맡아서 곡을 만드는 보통의 밴드와 달리 ‘실리카겔’의 독특한 점은 연주하는 멤버 다섯이 모두 곡을 쓴다는 점이다. 그것도 단순히 모티브가 되는 멜로디나 전체적인 얼개를 짜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곡에 들어가는 요소들을 세세히 설계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멤버들 각각이 서로 취향과 생각,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 자칫하다 콩가루가 되기 십상인 설정이다.

실제로 작년 발매했던 데뷔 EP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에 실린 곡들은 김민수(기타/보컬)와 김한주(건반/보컬)가 쓴 곡의 스타일이 각각 달랐다. 그리고 이번의 싱글 [두개의 달]은 구경모(베이스)의 곡. 과연 ‘실리카겔’의 세 번째 작곡자는 과연 어느 곳으로 향하게 될까?

시작부터 역시 만만치 않다. 힙합을 연상시키는 비트의 전주는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과 함께 성우를 연상시키는 능글맞은 나레이션으로 이어진다. ‘두개의 달’과 ‘네 난쟁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주 구체적이지만 정작 그 의미가 무엇인 지는 종잡기 어렵다. 잔뜩 불길한 분위기만 조성하던 이야기는 갑자기 2분경에 이르러 돌변, 갑자기 연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2분이 지나고 나면 모든 소리가 넓은 곳으로 뻗어나가며 절정. 그런데 이내 다시 원래로 돌아가 그 사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끝을 맺는다. 

그리하여 6분에 달하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끝나면 듣는 이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게 하나의 노래라고? 심지어 ‘노래’가 맞나? 

구경모는 이 곡의 주된 정서 혹은 세계관을 ‘충돌’이라 표현한다. 상반되는 믿음 혹은 사고 방식이 마주하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맞부딪히고, 그러다가 부서지고 어긋나며 서로 의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 실제로 전체를 뜯어보면 두 개의 곡으로 나눠 떨어질 만도 하다. 문제적 난쟁이들에 의해 멸망으로 향하며 처음과 끝을 이루는 이야기/나레이션 부분의 러닝 타임이 약 3분 30초 정도고, 그사이에 낀 연주 부분의 러닝 타임은 2분 30초이니 각각 한 곡이라 해도 무방한 길이다. 

그럼에도 이 이질적인 두 노래는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들을 착실하면서도 다채롭게 전개하며 하나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듣고 난 후 정체는 명확하지 않지만 깊은 잔상이 남는 것은 이러한 까닭. 디스코그라피에 아직 한 장의 EP 밖에 없는 신인 밴드라고는 믿기지 않는 야심과 비범함이 느껴진다.

구경모는 이 곡을 작업하면서 새삼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밴드의 위력을 느꼈다고 한다. 애초 대곡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시작한 노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서로 이질적인 두 부분을 한 곡 안에서 시도하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선지 처음에 데모를 만든 단계에서는 주변에서 이해가 잘 안 되고 너무 우울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곡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멤버들과 함께 하는 과정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곡을 끌고 나갔다. 그 결과 전체적인 구성이 설득력을 갖고, 우울한 부분은 덜어지고, 아름다워졌다. 이처럼 밴드 멤버들과 함께 했던 과정을 구경모는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이런 아름다운 새끼들.”

그리고 구경모가 각본을 쓰고 강동화와 김민영 두 VJ가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실리카겔’은 시청각을 겸비한 밴드로서 곡을 완성하게 되었다. 나레이션의 내용에서 모티브를 딴 비디오는 크로마키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의 합성으로 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B급 정서를 자아낸다. 특히 악역 ‘촉촉수’ 역을 맡은 기타리스트 최웅희는 촬영 현장에서 “연주보다 연기가 낫지 않겠냐”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명연을 펼치고 있다.

이제 싱글 [두개의 달]의 발매와 함께 ‘실리카겔’은 3월 6일(일) 상수역 인근 판당고에서 [실리카겔 달맞이 큰잔치 ‘두개의 달’]이라는 쇼케이스를 연다. 모르는 얼굴들이 하나 둘 씩 모이더니만 어느새 매진이 되었다는 작년의 단독 공연에 이어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첫 어쿠스틱 무대와 함께 ‘큰잔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멤버들이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될 예정이라고. 예매는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www.bgbg.co.kr)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본격적인 정규 1집 준비에 들어간다니 ‘실리카겔’의 2016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붕가붕가레코드의 26번째 디지털 싱글이다. 작사/작곡/편곡 구경모. 실리카겔 멤버들이 연주했다. 녹음과 믹싱은 밴드의 기타리스트 김민수(스튜디오 BM-42104)가 직접 진행했고 마스터링은 김남윤(하늘세탁 스튜디오). 커버 디자인은 이규찬이 밴드의 VJ 이대희와 함께 했다. 디지털 유통은 포크라노스. 섭외 및 문의는 붕가붕가레코드(eskim@bgbg.co.kr / 070-7437-5882)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실리카겔

실리카겔
"거칠 것 없는 젊고 용감한 사운드"

Albums

Members

  • 구경모

    구경모

  • 김건재

    김건재

  • 김민수

    김민수

  • 김민영

    김민영

  • 김한주

    김한주

  • 이대희

    이대희

  • 최웅희

    최웅희

History

2013 결성
2015.08 EP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 (자체제작)
2016.02 싱글 [두개의 달] (붕가붕가레코드)
2016.10 1집 [실리카겔] (붕가붕가레코드)

Profile

‘실리카겔 (SilicaGel)’은 구경모(베이스), 김건재(드럼), 김민수(기타/보컬), 김민영(VJ), 김한주(건반/보컬), 이대희(VJ), 최웅희(기타)로 이뤄진 7인조 밴드다. 밴드의 이름을 지을 때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말라”는 그 실리카겔이 우연하게 근처에 있었고 그게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2015년 8월 멤버들 각자가 즉흥적으로 떠올린 여섯 단어를 조합한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이라는 긴 제목의 데뷔 EP를 발매하면서 귀 밝은 이들 사이에서 서서히 그들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밴드 이름으로부터 착안하여 멤버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실제 실리카겔(방습제) 포장에 담긴 독특한 패키지가 흥미롭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주된 풍문은 “굉장한 라이브를 보여주는 밴드가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보여준다’는 표현이다. 애초 2013년 평창 비엔날레 출품을 위한 미디어 퍼포먼스 팀으로 뭉친 게 밴드의 시작이었던 만큼, 이 밴드의 유전자에는  ‘보이는 것’이 ‘들리는 것’ 못지 않게 깊숙하게 새겨져 있다. 대개 라이브에 곁들이는 정도인 게 보통인 VJing을 이들은 자신들의 공연의 핵심 요소로 여기며 그래서 밴드의 정규 멤버에 연주하는 이들 외에 VJ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음악과 영상이 결합한 공감각적 퍼포먼스를 만들어낸다.

VJ들이 만들어내는 배경 위에서 ‘들리는 것’을 맡은 다섯 멤버들은 능수능란하게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뿜어내는 강력한 에너지로 관중의 눈과 귀를 동시에 삼켜버린다. 더불어 사이키델릭, 포스트록, 드림팝, 네오 가라지에 심지어 힙합까지 다양한 취향을 가진 멤버 다섯 모두가 각각 만들어내는 곡들은,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위험을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서로의 음악에 대한 존중이 만들어내는 한 밴드로서의 ‘합(合)’을 통해 절묘하게 피해낸다. 

이처럼 음악을 만드는 다섯과 영상을 만드는 둘이 합쳐진 일곱 각각의 색깔의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어우러져 만들어 낸 다채로움이 ‘실리카겔’의 핵심이다.  

 2016년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와 손을 잡은 이들은 같은 해 2월 싱글 ‘두개의 달’을 발표했다. 구경모(베이스)가 만들어낸 장대하면서도 파격적인 구성의 이 곡을 통해 이전 EP에서 김민수(기타/보컬)과 김한주(신스/보컬)이 만든 곡과는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며 미처 드러내지 않은 음악적인 역량과 야심을 증명했다. 더불어 멤버들이 직접 연출하고 연기하여 완성해낸 뮤직비디오에서는 음악과는 또다른 기발한 B급의 정서를 선보이며 도무지 이들의 정체를 종잡을 수 없게 한다. 

싱글 발매 이후 반년 동안 EBS 스페이스 공감 ‘2016 올해의 헬로루키’ 최종 결선 진출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케이루키즈’ Top 8 선정 등 각종 오디션에서 승승장구하며 신인으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실리카겔은 그리고 드디어 10월 12일(수), 자신들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정규 1집 [실리카겔]을 발매하게 되었다. 

연주하는 멤버 다섯 각각이 써 낸 12곡이 담길 이 음반은 녹음과 믹싱을 도맡은 김민수(기타/보컬)의 주도로 밴드 멤버들이 함께 프로듀싱하는 것을 비롯, 커버 디자인부터 영상까지 모든 것에 멤버들의 노고가 빼곡하게 배어 있는, 그야말로 ‘실리카겔’의 앨범이다. 

매인 것 없이 자유롭게,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으로 눈과 귀를 한숨에 사로잡는, 막강한 에너지와 다채로운 음악의 스펙트럼을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 밴드를 음악인이자 평론가인 성기완은 ‘BRAVE NEW SOUND’, 즉, 용감하고 새로운 소리라 평했다. 1집 발매로부터 10월 30일(일) KT&G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예정되어 있는 1집 발매 기념 단독 공연으로 이어지는 이 흐름 안에서 밴드 ‘실리카겔’의 여정이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