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der's High

눈뜨고코베인
Murder's High
  1. 알리바이
  2. 네가 없다 노래 듣기
  3. 당신 발 밑
  4. 성형수슬을 할래
  5. 그 배는 내일 침몰할거에요
  6. 나 혼자 먹어야지
  7. 하나 둘 셋 넷
  8. 아침이 오면
  9. 뭐뭐뭐뭐
  10. 일렉트릭 빔

이렇게 그들은 새로운 우주를 만들었다

* 10년의 근육

“음악을 하는데도 근육 같은 게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질 수밖에 없다.” 언젠가 깜악귀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동안 세간의 평판이나 인디 음악의 유행에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마치 음악에 잡아 먹히고 싶지 않다는 듯 진지하게 음악 하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그들이다. 하지만 드러머가 한번 교체된 것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멤버로 한 장의 EP와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만들어오면서 적잖은 시간이 그들에게 누적되어 왔다. 그리고 올해로 ‘눈뜨고 코베인’은 10년 차 밴드가 되었다. 만약 깜악귀의 말이 맞는다면 그들에게는 10년만큼의 근육이 생겼을 것이다. 

마치 삐쩍 마른 조울증 환자가 광범하게 발달한 배근과 복근을 갖게 된 셈이다. 어색한가? 하지만 2002년 처음 그들을 봤을 때부터 지켜봤던 나는 내내 그런 모습을 상상해왔다. 주위의 갖가지 음악을 빨아들이면서 이종의 장르를 하나로 융합하려는 시도는 당대의 산울림과 필적할 정도이면서 동시에 주위의 아무 것도 개의치 않는 태도는 유수의 브릿팝 밴드를 떠오르게 하는, 그러면서 일상과 환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합되어 있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던 이 밴드가 음악적인 무게를 갖는다면, 그건 전무후무한 것이 될 것 같다고. 그리고 이제 비로소 그런 상상이 구체화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눈뜨고 코베인의 세 번째 정규 음반 ‘Murder’s High’다. 

* Murder’s High

자신의 알리바이를 항변하는 살인 용의자의 얘기로 시작하여 과대망상증 과학자의 SF적 대량학살로 끝을 맺는 앨범의 기본적인 모티브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살인’이다. 하긴 이전에도 근친살해를 모티브로 한 노래를 했던 그들이다. 그리고 그들 음악 특유의 공격성과 서사성을 감안했을 때 살인 사건으로 얼룩진 선정적인 앨범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앨범의 노래들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수세적이고, 직설적이라기 보다는 내성적이다. 첫 곡이 끝나고 나면 살인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곡은 없고 그저 죽음의 뉘앙스만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다가 중반 이후에 이르면 그러한 것은 아예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이 앨범의 주인공은 살인자라기 보다는 도망자에 가깝고 표현되는 것은 사건 보다는 심리에 가깝다. 살인을 저지른 것인지 저지르지 않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도망가는 자의 내면. 여기서 달리는 이의 육체적 고통이 어느 순간 황홀경으로 전환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이 앨범의 제목과 오버랩 되는 순간 죄책감과 쾌락의 양가적인 심리가 드러난다. 

그럼에도 “서로 상관 없는 것 같은 여러 가지 사건과 광경이 모여 하나의 일관된 정서를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프로듀서 깜악귀의 의도처럼 이 앨범에서 일관된 하나의 이야기를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노래들은 각기 개별적인 상황과 정서를 품고 있다. 전체적으로 연결시켜 보면 듣는 이들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으나, 만들 지 못할 수도 있다. 더욱이 그간 그들이 만들어 왔던 음악에 비해 유례없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선정적인 소재에 대한 서정적 표현의 역설을 자아낸다. 이처럼 갖가지 모순으로 구축된 쉽게 포착할 수 없는 그들의 우주에 진입하기가 쉽지는 않을 테지만, 한번 진입하는 순간 더할 나위 없는 ‘하이(high)’를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반드시 밝고 즐거우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앨범의 프로듀싱은 깜악귀와 김형채가 맡았다. 작곡과 작사는 깜악귀, 단 ‘하나 둘 셋 넷’은 목말라가 만들었다. 녹음과 믹싱은 김형채, 마스터링은 나감독이다. 디자인은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 기조가 맡았다. 유통은 붕붕퍼시픽이, 매니지먼트는 두루두루AMC가 맡는다. 앨범 발매와 함께 공개될 타이틀 곡 ‘네가 없다’의 뮤직 비디오는 잭 감독의 작품.  

눈뜨고코베인

눈뜨고코베인
"모순을 관통하는 언어, 분열을 말하는 음악"

Albums

Members

  • 깜악귀

    깜악귀

    보컬 / e.기타

  • 연리목

    연리목

    건반

  • 슬프니

    슬프니

    베이스

  • 최영두

    최영두

    e.기타

  • 고태희

    고태희

    드럼

History

2002년 깜악귀(보컬/기타), 연리목(건반), 슬프니(베이스), 목말라(기타), 장기하(드럼)의 라인업으로 결성 
2003년 데뷔 EP ‘파는 물건’(자체 제작) 발매 
2005년 1집 ‘팝 투 더 피플(Pop to the People)’(비트볼 뮤직) 발매 
2007년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 최우수 모던록 노래 후보 
2008년 2집 ‘테일즈(Tales)’(파고뮤직) 발매 
2009년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 후보 
2009년 장기하(드럼) 탈퇴, 파랑을 새 드러머로 영입. 
2011년 3집 ‘머더스 하이(Murder’s High)’(붕가붕가레코드) 발매 
2012년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 후보
2013년 목말라(기타), 파랑(드럼) 탈퇴. 최영두와 김현호를 각각 기타리스트와 드러머로 영입. 
2014년 KT&G 상상마당 대중음악 창작 지원 사업 ‘써라운드’ 선정 
2014년 4집 ‘스카이랜드(Skyland)’(붕가붕가레코드) 발매
2015년 김현호(드럼) 탈퇴, 고태희를 새 드러머로 영입
2015년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 후보
2015년~2016년 4계절 러브송 프로젝트 착수. 싱글 '새벽의 분리수거', '변신로봇대백과', '종말의 연인', '사랑의 응급환자 삐뽀삐뽀' 발매

Profile

눈뜨고코베인(약칭 ‘눈코’)은 깜악귀(보컬/기타), 연리목(건반), 슬프니(베이스), 최영두(기타), 고태희(드럼)로 구성된 5인조 록 밴드이다. 2002년 결성됐다. 이듬해 첫 EP ‘파는 물건’을 발매하며 당시로서는 드물게도 ‘산울림’이나 ‘송골매’ 등 70년대 한국 록의 영향을 받은 음악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당대의 산울림이 그랬던 것처럼 펑크, 모던록, 사이키델릭, 레게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음악 위에 말하는 듯 자연스러운 한국어 가사를 얹어 낸 노래들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데뷔 3년 만인 2005년 발매한 정규 1집 ‘팝 투 더 피플 (Pop to the people)’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선보인 그들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과 노래 2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 간격으로 2008년 발매한 2집 ‘테일즈 (Tales)’와 2011년 발매한 3집 ‘머더스 하이(Murder’s High)’을 통해서는 밴드 스스로 “조울증에 걸렸지만 태연한 척 하는 하드록 혹은 펑크 음악”이라 지칭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이 두 앨범에서 작곡자이자 작사가인 깜악귀는 지극히 일상적인 연애 감정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남편을 살해한 아내의 얘기나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과학자의 과대망상 같은 환상적인 얘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섞여내며 괴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우화들을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바탕으로 나름의 팬덤을 갖게 된 눈코는 이 두 앨범을 연이어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려놓으며 음악적 완성도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2014년, 3년의 주기를 맞추기라도 하듯 발매한 네 번째 정규 앨범 ‘스카이랜드 (Skyland)’는 어느새 10년이 넘어가는 밴드의 경력을 반영하듯, 예전과 같은 재기발랄함에 더해 보다 깊숙하게 듣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깊숙한 정서를 동시에 표현해내며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보다 완숙하게 만들어냈다. 이름하여 ‘눈코 유니버스’라고 일컬을만한 음악적 스타일로 4집까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앨범/노래 후보에 오르면서 모든 정규 앨범이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지만, 동시에 한번도 수상은 하지 못하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이제 2015년, 눈코는 3년에 정규 앨범 1장이라는 이전의 사이클에서 벗어나 좀 더 짧은 호흡으로 3개월마다 싱글을 한 장씩 발매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새로운 시도에 들어갔다. ‘봄/여름/가을/겨울을 위한 러브송’이라 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봄에 ‘새벽의 분리수거’, 여름에 ‘변신로봇대백과’, 가을에 ‘종말의 연인’을 연이어 발표한 눈코는 이제 겨울을 위해 네 번째 싱글 ‘사랑의 응급환자 삐뽀삐뽀’를 발표한다. 의미심장한 제목, 그에 어긋나듯 의표를 찌르는 스타일, 그리고 SF적 발상과 일상적 소재의 혼합이 돋보이는 이번 싱글은 역시 눈코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