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 Entropy

Port Entropy
  1. Platform
  2. Tracking Elevator
  3. Linne
  4. Lahaha
  5. Rum Hee
  6. Laminate
  7. River Low
  8. Straw
  9. Drive-thru
  10. Suisha
  11. Orange
  12. Malerina

꿈으로 직조해 낸 섬세한 풍경의 우주

“무수한 악기로 이루어진 소리의 연회가 그려내는 우주적인 사운드 스케이프” – 타워레코드 저팬
“샴페인이 목으로 넘어갈 때 같은 상쾌함과 잘 성숙된 와인의 깊은 맛이 절묘하게 배합.” – 일본 CD 저널
“자기 만족일지도 모르지만,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작품”- 토쿠마루 슈고

붕가붕가레코드를 통해 한국에 발매되는 《Port Entropy》는 토쿠마루 슈고의 네 번째 정규 음반이다. 토쿠마루 슈고 본인이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라 평가할 만큼 그 동안의 음악적 활동의 집대성된 음반이라 할 수 있다.

일단 감지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노래가 묘사하는 세계의 독특함이다. 토쿠마루 슈고의 가사는 ‘드림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그가 꾼 꿈의 내용을 묘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도 얘기하다시피 “문장 자체가 무질서하고 이야기도 의미를 별로 찾아 볼 수 없”다. 예를 들면 전작 EP에도 수록된 바 있는 노래 ‘Rum Hee’의 경우에는 노래 제목에도 나오는 ‘라무히-‘라는 단어가 반복되고 있지만 본인조차도 동물인지 물건인지 어떤 감각인지 모르겠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경향은 ‘Straw’(“‘스트로’가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Drive-thru’(“전혀 설명을 할 수 없네요.”)는 식으로 음반의 전반에 걸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꿈의 풍경은 그가 세밀하게 직조해낸 소리와 맞물려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평소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하고 있는 그는 어느 나라에 갈 때마다 그 곳의 전통 악기를 구입한다고 한다. (지난 번 한국에 왔을 때는 오고북을 사고 싶다고 했다. 결국 너무 커서 갖고 가지 못했지만.) 그렇게 모은 100 여 개의 악기에서 나온 소리를 자신의 집에서 1년여에 걸쳐 만지고 다듬어서 만들어 낸 소리가 담겨 있는 것이 이번 음반이다.

한 개인의 몽상을 바탕으로 구성된, 한 개인이 만든 소리로 가득 찬 세계인 것이다. 토쿠마루 슈고 본인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주느냐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만큼 사실 강한 자아로 점철된 예술의 세계를 떠올릴 법 하다. 하지만 실제의 음악은 전혀 그렇지 않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성에 감미로운 멜로디로 가득 차 있다. 비치 보이스의 ‘듣기 좋은 멜로디’에 영향을 넘어서 질투를 느낀다는 그인 만큼 어쨌거나 그의 기본적인 지향은 ‘팝’에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내러티브나 명확한 표현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측면이 아마 일본어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의 청자들에게 어필하는 팝송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 방에서 새어 나오는 피리나 장난감 피아노, 방울소리 등과 기타 소리, 그리고 노래 소리가 겹겹이 쌓여 형형색색의 팝송이 태어난다. 천진난만한 동화 같은 울림.” – 토쿠마루 슈고. 앨범 라이너 노트 중에서

이번 라이선스는 평소 한국의 인디 음악에 관심이 있던 토쿠마루 슈고와 그의 일본 소속사인 P-Vine Record의 제안에 의해 이뤄졌다. 이에 지난 7월에는 자비를 들여 홀몸으로 내한, 평소 좋아하는 한국의 인디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을 갖기도 했다. 이번 내한 중에 개인적으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만나기 전에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천재라는 느낌에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가 공연에서 선보였던 모습은 통기타 하나만 가지고 음반의 복잡한 사운드의 핵심을 성공적으로 재현해내며 좌중을 압도하는, 세계 레벨의 뮤지션으로서의 관록이었다.

하지만 사석에서의 그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일 외의 다른 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섹스 피스톨즈를 듣고 음악을 시작한, 편하다는 이유로 모든 작업을 집에서 하는, 그리고 무심코 던지는 질문에도 수줍고 신중하게 대답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젊은 뮤지션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연신 고맙다며 지속적으로 한국의 뮤지션들과 합작을 하면 좋겠다고, 이후 풀 밴드와 함께 내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인디 음악 및 한국의 청자들과 소통하려는 그의 의지를 느꼈다. 아무쪼록 토쿠마루 슈고가 만들어 낸 소우주에 담겨 있는 소통의 의지가 한국의 청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결말이 멋질 지 부조리할 지, 듣고 판단하시길.” – 토쿠마루 슈고. 앨범 라이너 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