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1. 뭘 그렇게 놀래
  2. 그렇고 그런 사이 노래 듣기
  3. 모질게 말하지 말라며
  4. TV를 봤네 노래 듣기
  5. 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6. 깊은 밤 전화번호부
  7. 우리 지금 만나
  8. 그 때 그 노래
  9. 마냥 걷는다
  10.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
  11. TV를 봤네 (다시)

밴드 음악에 대한 집중을 핵심으로 그 동안의 성장을 담아낸 앨범이다

“뭘 그렇게 놀래?” 신나는 전주에 이어 음반의 문을 열어젖히는 한 마디.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겠다던 1집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이라면 약이 오를 것이다. 놀라게 하겠다고 해 놓고선 왜 놀라냐고 되물으니. 그러다 이어지는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인 거 몰라?”라는 한 마디. 듣고 나면 이젠 아예 뺨이라도 찰싹 때리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이런 시건방진 놈, 하면서.

하지만 건방진 것이 아니라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에 부응할 만한 충분한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라면? 음반의 제목에서부터 느껴지지 않나? 《장기하와 얼굴들》.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결의 없이는 앨범의 제목에 머리 꼬리 잘라내고 밴드의 이름을 떡 하니 박아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리더인 장기하가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도맡아 했던 1집과 달리, 이번 2집에서는 장기하가 만든 곡들을 모든 멤버들이 함께 편곡했으며 녹음 역시 합주를 통해 이뤄졌다. 심지어 녹음된 소리를 매만지는 믹싱 과정마저 모든 멤버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상당히 번거로울 수 있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든 과정에 멤버들이 함께 한 것은 단 한 가지의 목표를 위해서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음악을 하기 위하여, 밴드로서의 최대치를 뽑아내기 위해서.

그 결과 이 음반에는 그 제목에 걸맞게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간 함께 성장해 온 결과가 오롯하게 담겼다. 장기하의 노래가 갖는 특유의 존재감에 1집부터 함께 해 온 이민기의 기타, 정중엽의 베이스, 김현호의 드럼이 자신의 영역을 더욱 확실히 하고 있고, 특히 새로 영입된 이종민의 건반이 감각적인 사운드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 음반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한 객원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김창완 밴드)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2집의 두 타이틀 곡 중 하나인 ‘그렇고 그런 사이’를 비롯한 강력한 록 넘버들이 이러한 이들의 전진을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록 재기 있고 능청스러우며 신나는 면모가 부각되긴 했지만 이전부터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에 늘 배어 있던 특유의 서정성이 활동을 시작한 이래 갑작스러운 인기로 인해 남들이 쉽게 겪기 힘든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더욱 속 깊어지게 됐다. 무게 있는 음악과 깊은 서정이 어우러지며 좋은 느낌을 자아낸다. 특정 장르로 규정할 수도, 뭐라 따로 형언하기도 힘든 또 다른 타이틀 곡 ‘TV를 봤네’가 선사하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노래를 한 곡씩 들으면서 장장 8분 간의 러닝타임 동안 휘몰아치는 연주의 향연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에 이르고 나면 깜짝 놀라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이들이 한다면 하는 사람들임을. 이 음반을 통해 이들은 스스로 엄연히 ‘장기하와 얼굴들’이 되었음을 선언했다. 그리고 하나보다는 다섯이 많다는 당연한 원리에 입각하여 이 선언은 그들의 음악적 전진을 의미한다. 디디는 발걸음마다 전례 없던 그들이 도달한 새로운 영역을 아무쪼록 많은 이들이 함께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붕가붕가레코드의 대중음악 시리즈 12번째 작품이다. 음반의 프로듀싱은 장기하와 하세가와 요헤이가 함께 맡았다. 녹음 및 믹싱은 고현정이 각각 서울 스튜디오와 드림 팩토리에서 진행했다. 마스터링은 전훈(소닉코리아). 1집에 녹음 및 믹싱 엔지니어로 참여했던 나잠 수가 사운드 수퍼바이저로 이 과정을 지원했다. 디자인은 언제나처럼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 기조의 작품. 유통은 붕붕퍼시픽, 매니지먼트는 두루두루AMC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