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레이블 공연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11탄'

붕가붕가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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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곰사장입니다.

공연에 와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최근 홍대 인근 공연장에 사람이 많이 안 들고 있다는 데다
점차 붕가붕가레코드의 약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늘 찾아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회사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의 제목은 '예능을 배제한 순수 음악 공연'이었습니다.

나름대로는 결연한 심정으로 이 제목을 정했습니다.

그간 공연에서 웃길려고 애쓴다는 이유로 음악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다는 억하심정을 품고 있었는데, 이게 납득할만한 평가인지 아닌지 스스로 따져보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웃기려고 애쓰지 않고 (통상의 클럽 공연처럼) 음악만 들려드렸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 지 시도를 해 본 것이죠.

그래서 붕가붕가레코드의 예능의 핵심인 '동영상'과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이번 공연에서는 배제를 한 것입니다.

...사실은 동영상을 만들기가 너무 귀찮았습니다. 마음 속에 "우리는 왜 남들처럼 그냥 공연만 안 돼!"하는 생각이 있었죠.

뭐 결과적으로는 잘 치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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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순서는 치즈스테레오였습니다. 최근 8월 하순 발매를 목표로 맹렬하게 정규 음반 작업 중이지요. 작년 8월 비슷한 때 수공업 소형음반을 내 놓고는 일 년 동안 별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죽을 각오로 맹렬하고 계시답니다. 덕분에 마카오 도박 사건 이후로 급격히 악화된 동훈 씨(v/g, 사진 왼쪽)의 피부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지요.

어쨌든 그런 노력이 최근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어 속속 녹음 작업물이 넘어오고 있습니다. 디자인도 나왔는데-승우 씨(dr, 아래 사진 오른 쪽)가 직접 디자인하신-우리 레코드의 기존 스타일과 많이 다르면서도 맥락이 닿아 있는 데다 밴드의 이미지 및 앨범 제목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주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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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서는 예전에 여러번 선보였던 곡들과 더불어 '파티에는 마지막 노래가 필요하다'는 노래를 레이블 공연을 통해 처음 선보였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꽤 팔릴만한 발라드성 넘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규 음반에 수록되고요.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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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예능을 배제한 컨셉에 걸맞게 음악으로 승부하기로 했다면서 모두 7명에 달하는 풀 밴드로 공연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예능의 본능은 가감없이 터져 나와 최근 타계하신 마본좌의 트리뷰트성 안무로 꽃을 피웠습니다. 조까를로쓰 님은 그 안무를 위해 황학동에 가셔서 앞굽이 튼튼한 구두를 사 오셨다는군요. (이게 무슨 예능 배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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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간지는 '혁명'이라고 쓰여진 머리띠를 쓰고 나왔습니다. (저는 처음에 '혁대'라고 쓰여진 줄 알았습니다.) 최근 붕가붕가레코드 사무실을 정ㅋ벅ㅋ했다고 '승리의 김간지'라 불린다는데(관련글 바로보기), 흥, 학벌주의의 폐해는 반성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죠. 멀지 않은 때에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출동시켜 어리굴 써라운드를 발라버릴까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김간지 본인도 "입금이 제때 된다."는 이유로 어리굴 써라운드를 버리고 붕가붕가레코드에 투신하겠다는군요. 패배의 김간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뮤지션에게 제 때 입금이 되는 붕가붕가레코드입니다. (정작 이번 달 입금은 일주일이나 밀렸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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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의 전통에 따라서 바깥에서 모셔 오는 한 팀의  특별 초대 손님은 노 리플라이였습니다. 작년 싱글 음반으로 입소문으로 널리널리 퍼지시더니만 지난 달에 첫 정규 음반 'Road'로 그 과실을 수확하고 계신 밴드입니다. 붕가붕가레코드에는 찾아 보기 힘든 서정성-아마도이자람밴드가 있습니다만-을 한껏 선사해주셨습니다.

이번 공연에 오시게 된 건 아침 멤버들과의 인연 때문이에요. 아침의 선욱 씨와 수열 씨가 군대를 가시기 전에 노리플라이의 욱재 씨와 옛날에 Fake of Reality라는 이름의 '이모코어' 밴드를 하셨다는군요. 현재는 모두들 전혀 다른 음악을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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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마도 이자람 밴드가 섰습니다. 자람 님은 치렁치렁한 머리를 묶고 나와 한달 사이에 '겨울->여름'으로 급격한 변화를 보이셨습니다. 아이슬란드에 가신 생선 님 대신 곰 님이 나와서 드럼을 쳐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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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곰 님(사진 가운데)은 저랑 별명도 비슷하셔서 정말로 친근하였습니다. 자람 님의 말로는 "곰사장이 야생곰이라면 우리 곰은 애완곰"이라시더군요. 그렇습니까. 제가 그렇게 흉폭해 보입니까. 어쨌든 곰 님은 군대 가 있는 저희 디자이너 김 기조(a.k.a 김덕호)와 비슷하게 생기셔서 처음 사무실에 오셨을 때 반말을 하는 실례를 범하기도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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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얼x들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소녀들을 울면서 소리지르게 만든다는 이민기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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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오늘의 주인공 아침이었습니다. 이 공연이 붕가붕가레코드의 열 두 번째 수공업 소형음반인 '거짓말꽃'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전날 합주를 하고 사무실에서 시디를 만들고 당일도 가장 먼저 와서 첫번째 리허설을 하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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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을 맡고 기타를 치는 권선욱 씨는 아침의 노래를 만듭니다. 80년대의 장호일 혹은 제5원소의 게리 올드만을 연상시키는 헤어 스타일이 인상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을 닮았다는 설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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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젊잖은 아침 멤버 가운데서 가끔 광적인 무대 매너를 보여주시기도 합니다. 기타치는 상규 씨에게 "상규야! 다 죽여버려!"하는 게 입버릇이에요. 유전자에 새겨진 이모코어의 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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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김수열 씨입니다. 밴드의 리더이기도 하죠. 가장 건실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웬지 뺀질 거릴 것 같은 선욱 씨도 건실합니다. 건실한 것과 생긴 것은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언제나처럼 드럼을 치는 사람 사진은 찍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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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잘 나온 사진이 무대 앞에 나와 지산 록 페스티벌 3일권을 추첨하는 바로 이 모습입니다. DGBD 사장님이 감사하게도 3일권 두 장을 주셔서 공연 막간에 추첨하는 이벤트를 가졌죠. 입장료 2만원 짜리 공연에서 합쳐 30만원을 넘는 상품이다 보니 본 공연을 압도하는 열기를 띠는 이벤트였습니다. (다시는 이런 거 안 할 거에요.)

추첨을 하는 과정에서 입장 번호 19번과 91번이 받게 되었는데, 수열 씨가 저 뒤에서 손을 든 91번을 못 보시고 92번에게 시상을 하시는 바람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회사에서 91번 관객님께 따로 보상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열 씨. 출연료에서 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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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베이스의 박선영 씨. 30 여명의 뮤지션 중 여성이 4명-이자람, 이향하, 그리고 미미시스터즈-에 지나지 않았던 붕가붕가레코드의 생태적인 불균형을 시정해주시는 소중한 여성 멤버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강건한 옥타브 주법으로 아침의 음악을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데 기여를 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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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음반에서 까르푸 황의 슬랩 연주를 듣고 자극을 받아 한 동안 슬랩 주법을 연습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3일만에 그만두셨다고 합니다. 선욱 씨  얘기로는  "아침의 노멤버들(선욱, 수열)은 열심히 하는데도 잘 안되는 반면, 영멤버들(선영, 상규)은 열심히 안 하는데도 잘 한다"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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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붕가붕가레코드의 최연소 멤버인 기타의 이상규 씨. 아침 내에서는 ㅅㄱ이라고 통하죠. 평소에 수전증의 증상을 보이시는데, 덕분에 묘한 뉘앙스의 비브라토를 갖게 됐다고 말씀하십니다. (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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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만큼 탱탱한 피부로 회사 내에서는 붕가붕가레코드의 차세대 얼굴마담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설에 이르기로 소녀시대의 서현이 눈을 뜨는 순간 한국의 여성 아이돌 계가 뒤집힐 것이라 하던데, 아침의 상규가 눈을 뜨면 붕가붕가레코드의 아이돌 계가 뒤집히는 것일까요? 참고로 붕가붕가레코드의 아이돌이라면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이기타(청년실업 & 기타트윈스)가 있습니다.

아침은 앨범에 포함되어 있는 네 곡을 포함해 모두 여덟곡을 선보였습니다. 신나는 공연이었습니다. 심지어 붕가붕가레코드의 공연 사상 처음으로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는 멘트가 나올 정도로 록 스피릿으로 후끈 달아오르는 공연이었죠.

원래 '예능을 배제한 순수 음악 공연'이라는 것은 아침을 염두에 두고 잡은 컨셉인데, 정작 아침은 "맹구와 유사한 것 같다."고 평가 받는 멘트 빨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준의 예능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타이틀곡 '거짓말꽃'을 연주할 때 기타 케이블에 문제가 생겨 선욱 씨가 기타를 내려 놓으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광적인 댄스가 선 보였습니다. 이로 하여금 권선욱 씨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새 멤버로 물망에 오르기도 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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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엔 록 스피릿으로 타 올랐습니다. 예능을 배제한 붕가붕가레코드가 얻은 것은 록 스피릿이군요.

어쨌든 반응도 적절했고, 팀들도 적절했고, 굳이 웃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럭저럭 레이블 공연을 치뤄냈습니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딴따라질도 이제 11번째에 이르게 되었군요.

그런데 그럭저럭한 공연을 치뤄내 보니 이걸로 충분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좀 새로운 걸 해 보고 싶네요. 제한된 예산과 시간으로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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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와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더운 무대에서 탈진할 정도로 애 써 준 저희 소속팀들-특히 조까를로스.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무대를 선 보여 이미 세 번째 곡에서 탈진에 이르셨다고 합니다-에게도 감사를 드릴께요.

그리고 7월 22일, 아침의 첫 음반이자 붕가붕가레코드의 열 두번째 수공업 소형음반인 '거짓말꽃'이 정식 발매됩니다. 디지털 음원으로는 이미 공개가 되었고요. 수공업 소형음반을 유통하는 향뮤직, YES24, 핫트랙스(교보 온라인), 퍼플레코드, 미화당 레코드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 중으로 다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아마도 치즈스테레오(아마도 치즈스테레오?)의 정규 음반 발매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생각의 여름 작업이 잘 되면 그걸 살짜쿵 짚고 넘어갈 수도 있겠네요. 이르면 8월 중순, 늦으면 8월 말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 보람 (붕가붕가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