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파는 물건> - 무엇이 변화했는가?

이주호


<V>라는 미드를 기억하는가? 파충류형 외계인이 지구에 침략해들어온다는 스토리의. 돌풍을 몰고 온 '미드'였고 최근에 다시 리메이크되어 나름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전과 완전히 같진 않았는데 무엇보다 스토리 면에서도 미묘하게 달랐고, 외계인이 미디어 등을 이용해서 군중심리를 조작하는 등  더 현대적인 이슈를 반영하고 있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앨범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2012년 리이슈된 <파는 물건>은 2003년의 원판 <파는 물건>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는가?


*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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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파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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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파는 물건"


디자인 면에서는 눈으로 보면 명확하다. 햇볕 창창한 날에 우비를 입고 우산을 든 밴드 멤버의 사진을 펜터치를 가미해 표현한 2003년 판은 풋풋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인 것처럼 아래에 회화작품처럼 제목과 년도가 쓰어져 있다. 의도적으로 이 밴드의 모습 자체가 '파는 물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이 디자인은 밴드의 지인 중 한 명이었던 이샤의 작업물이었다.

약 9년 후 2012년에 붕가붕가 레코드의 김기조가 작업한 <파는 물건>은 좀 더 카툰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원색을 강하게 처리하고 '파는 물건'들이 나열되어 있는 마트의 모습을 주안점으로 삼았다. 무엇이 더 낫고 말하긴 어려운데 후자가 좀 더 '본격'이라는 느낌을 준다.

우리가 무엇을 하건 카트에 담기는 사물의 하나일 뿐 - 이라는 앨범 타이틀 본래의 의도도 잘 충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속지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이전의 속지에서는 멤버들의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이 부각되었다. 지금보면 약간 실소가 나올 만한 귀여운 모습들이다. 자동차 트렁크 안에 갇힌 목말라라던가... 종아리를 드러낸 연리목이라거나..

변화된 <파는 물건>에서는 멤버의 모습을 모두 삭제하였다. 좀 더 엄격한 아트워크에 의한 작업물이 되었다. 손에 잡았을 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 되었다.


*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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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 수석 프로듀서 나잠 수(왼쪽)

녹음 소스를 손대지 않는 한에서 현대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붕가붕가 레코드의 수석 프로듀서인 나 잠수와 깜악귀가 동감한 내용이었다. 애초에는 몇몇 소스는 녹음을 새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내용물을 열어보니 의외로 소스의 퀄리티가 괜찮다고 판단했다. 비록 당시 평범한 58 마이크만을 사용했던 녹음이었지만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나쁜 녹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결국 전체적인 사운드 면에서 좀 더 깔끔하고 하이파이하게 조정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여기에는 발달한 디지털 기술과 동반하여 나 잠수의 하이파이 노하우 기술이 전적으로 발휘되었다. 그리하여 최근의 록 작업물에 비해서도 손색 없는 물건이 탄생했다.

당시 녹음 상황의 한계상 드럼 소스가 두 트랙 밖에 없다던가 하는 원천적인 한계도 있긴 했지만, 의외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영국으로 가는 샘이>나 <그대는 냉장고> 등은 강렬하고 하이파이한 느낌의 곡으로 재생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댐핑'이라는 부분에 있는데, 각 파트가 더욱 힘있게 스피커를 때린다. 사운드의 파워가 증강된 상태에서 울려나오는 밴드 하모니는 말 그대로 '두배두배'가 되었다.

이렇게 재믹싱을 하고 나니, 즉 과거 2000년대 초반의 인디 취향을 사운드에서 걷어내고 나니- 눈코의 이 9년 전 EP는 마치 "최근에 막 나온 신인 밴드의 음반"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파는 물건>의 음악적 근간이 되는 굵은 하드록 기타 사운드는 사실 지금의 영미 밴드가 들고 나오는 가장 핫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당시 눈코의 기반이 된 '한국록' 테마는 지금에서야 이 땅에서 오히려 유행이기도 하고.  결국 눈코의 당시 음악취향이 지금에서도 전혀 시대에 뒤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마스터링

이전 눈뜨고코베인의 마스터링은 정말로 염가에 진행되었는데, (CD를 프레스하는 곳에서 대충 해줬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것은 밴드 멤버들이 당시에 마스터링에 대한 지식 자체가 별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싼값에 해줄 수 있는 데가 있다고 하기에 그냥 턱 하고 맡기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마스터링된 소스를 점검한 나 잠수는 "이 앨범은 거의 마스터링이 되지 않은 상태로 발매되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즉, 볼륨만 살짝 올라갔을 뿐 제대로 된 마스터링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마스터링이 이루어졌으며 그것만으로도 앨범의 볼륨은 많이 증강되었다. 특히 믹싱 소스가 남아 있지 않아 아쉬운 <외로운 것이 외로운 거지>는 마스터링에서 좀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그래도 본격적인 마스터링을 통해 이전의 소스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같은 소스 다른 느낌

이전의 사운드와 현재의 사운드는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 '밴드 하모니'로서의 눈코의 음악을 훨씬 본격화해서 들려주고 있다고 하겠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그대는 냉장고> <누나야> <영국으로 가는 샘이> 등이 청자에게 훨신 공세적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면에서 강한 힘이 생기자 당시 눈코의 진가는 더욱 잘 알 수 있게 된다. 이 앨범은 단순히 재발매를 넘어 음악적인 면에서의 재청취를, 밴드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하는 좋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