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작의 레스카 관찰노트 lite.

좋은 achime 입니다

쪼아서 미안.

하지만 그래. 우리들의 숙명 같은것이야 쪼고 쪼임 당하는 것은.

사람해요. 저의 무차별한 쪼기 공격에 전혀 동요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난제를 보란듯이 데드라인 안에 해결해오는 붕작.

-붕작을 아껴마지않는 권선욱 올림.




 레스카

연남동에 있는 붕가붕가레코드 합주실에서 파닭을 앞에 두고 “레게가 뭐죠?”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레스카와 인터뷰를 했다. 역대 최고의 인원(6명)과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 아니나 다를까 나는 또 피하고 싶어졌다. 미루고 싶어졌다. 하지만 민첩한 권선욱이 나의 마음상태따위는 고려하지 않고(사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날짜를 정해버린 덕에 인터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역시 만나서 얘기를 듣고 돌아가는 버스에서는 뭔가. 나도 이렇게 가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라는 느닷없는 패기가 명치를 치고 올라왔었다.

 

아, 젊음이란 저런 걸로 이루어진 것 같아. 빛나는 피부와 느닷없는 웃음이랄지(전혜림과 야옹이), 무모한 외모랄지(홍기와 우자), 보통이 아닌 선택이랄지(석희와 형준). 그리고 그것들이 마구 모여서 뭔가 해버리자! 라는 그 자세랄지.


 중요하고도 문제적인 일이 인터뷰가 끝난 다음날에 일어났다. 녹음파일이 든 아이폰을 을지로 3가 화장실에서 잃어버렸다. 물건은 언제나 잃어버려왔기에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그 안에......그 안에.

언젠가 초겨울에 가장 좋아하는 흰 셔츠를 입고 나갔다가 갈비집에서 양념게장을 먹었는데 집게다리가 셔츠의 여섯번째 단추 좌측에 떨어진 일이 있었다. 나는 즉시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면 피하고 보는 타입이라는 거다. 마침 추석이었다. 시골집에서 양념갈비따위를 먹으면서 내 눈 앞에 떠다니는 6명의 청춘의 얼굴들을 잊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잊었다.

그럴리가. 잊으려고 할수록 잊을 수가 없어 나는 한꺼번에 만난 여섯명의 얼굴을 모두 낱낱히 기억하고 있다. 길에서 만나면 나는 양손을 덥석 잡아버릴 거다. 그러나 당연히도 무슨 말을 했는가는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 한올씩 건져올려보려고 한다. 시작도 전에 밥 말리와 레게에 대해 해준 길고도 진지한 얘기는 기억나지 않을 거라는 빌어먹을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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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l : 홍기
Guitar : Go 석희

Bass : 우자

Piano : 전혜림

Drum , Rap : 류형준

Melodica , Vocal , Clarinet : 야옹

1. 홍기

홍기는 여기저기서 봐왔다. 술탄오브더디스코와 불나방쏘세지클럽, 붕가붕가의 각종 뒤풀이와 홍대-합정 구간, 붕가붕가 사무실 등등. 언제나 홍기는 홍기여서 나는 그를 비교적 오래 봐왔지만 그는 나를 볼때마다 마치 처음 보는 심해어를 마주한 얼굴이었다.

굉장한 머리털을 가지고 꽃무늬 남방을 즐겨입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괜히 그가 굉장히 쾌활할 거라고 짐작한다. 왠지 즐거울 것 같다. 하지만 홍기는. 나로서도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레스카의 앨범을 내고 만난 리더로서의 홍기는 사뭇 진지하여서 ‘잘해주고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홍기는 멤버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멤버들에게 고맙고, 함께 오래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누군가에게 사라지지 말아줘.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 홍기가 ‘잠시 이유는 묻지 말고 잠적좀 하겠습니다.’ 라고 했다는 걸 바람결에 들은 것 같다. 사라지면 안돼요, 리더. 사라지지 않는 게 리더의 일일걸요 아마. 리더가 되본 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만

2. 석희

한때 유행한 컴공과 정도를 나와 테헤란로에서 남색 양복을 입고 걸어다닐 것 같은 외모를 가진 석희는 비교적 늦게 음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5세. 별다른 계기는 없었고, 그 전에 일을 했는데 그게 돈 쓸 시간이 없어 돈이 쌓여버리는 바람에 이걸로 뭘 하지라고 고민하다가 ‘음악이나 해볼까’하여 실용음악과에 갔다고 한다. 굉장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라고 생각했다.  ‘돈이 쌓여버리는 바람에’라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석희를 보면서 나는 마루야마 겐지를 떠올렸다. 해양통신사인가 그런 일을 하다가 그 일때문에 익혀진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대목이 생각났다. 소설가의 각오. 뭐 그런 제목이었는데. 어쩌다 소설을 쓰게 되었지만 소설을 쓴 바에야 쓰고 싶은 소설만 쓰겠다, 그것 말고 일체 다른 것들은 하지 않겠다 라고 선언하고 일생을 그렇게 산 것으로 유명하다.

‘이게 뭐 별일이라고.’라는 담담한 표정의 석희는 원래 그 길을 가고 있었던 것처럼 계속 뚝심있게 누구보다도 오래 음악인의 길을 걸어갈 것 같다...라고 제멋대로 생각해버렸다.

3. 야옹이

레스카를 전혀 모르고 공연을 보게 되더라도 알게 될 것이다. 음! 야옹이로군! 야옹이는 정말로 야옹이같이 생겼다. 궁금하면 공연에 가보면 알 것이다. 이마를 탁치며 아하! 야옹이!라고 외치게 될 거다. 야옹이로서는 서운할 지 모르겠지만 난 야옹이의 눈과 야무지게 말하는 입 등을 안보는 척 넋놓고 보느라 야옹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걱정하거나 우려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고 있는 쪽이 훨씬 낫다, 굉장히 즐겁다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건 말이었지만 말이어서 전달된 게 아니다. 야옹이는 야옹이 자체로 말하고 있었다. 난 정말 즐겁거든! 이런 사람을 최근에 만나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야옹이를 말보다 자체로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4. 우자

홍대의 많은 뮤지션들이 밴드 두세개에 속해있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 와중에 리더도 아닌데 단 하나의 밴드에만 속해있는 우자는 오히려 돋보인다. 라기보다 어째서? 라고 생각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우자에게서, 충남 논산 풍의 ‘이건! 진짜! 내가! 잘 하고 싶은! 바로! 그거란! 말야!’라고 두 주먹 꽉 쥐고 음절마다 끊어서 소리치고 있는 듯한 사람의 결의를 보았다. 물론 나중에 다른 밴드를 병행할 수도 있겠지만(별 문제도 아니고) 지금 오롯히 레스카의 엄마 포지션을 스스로 맡고 있는 우자는 매우 듬직하다. 우자는 정말로 즐겁기 때문에 대부분 괜찮지만 6명의 멤버들의 스케줄을 맞춰 합주시간을 잡는 게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대목에서 혜림은 특히 전화를 잘 안 받는 멤버로 지목됐다.

5. 혜림

레스카의 기원과 발달, 현재의 멤버구성에 대해서 얘기할 때 홍기/우자/혜림/형준이 번갈아 말하는 바람에 결국 내 기억에 온전히 남지 못했다. 누군가 친구였고, 친구가 군대에 갔고, 재밌는 줄 알았는데 별로 재미가 없어서 나갔다가 나중에 돌아보니 다른 친구들이 다시 하길래 나도 끼워줘라며 돌아왔다는 혜림의 얘기만이 어쩐지 진하게 남아있다. 레게밴드를 하면서 레게를 알아가고 있고 그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생겼다고 한다. 그 마음이란 이 밴드로 다시 오게 한 그 친구들이 없는데도 레스카를 ‘지금 같이 하고 있는’ 혜림 자체로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6. 형준

지인이 레스카의 공연을 보고 와서는 이런 평을 했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드러머가 말을 많이 하는 밴드는 처음 봤다.”

과연 레스카의 공연영상을 보자면 손과 다리를 움직이는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은데 어쩌면 저런 부지런한 멘트 및 진행을 할 수 있는가가 경이로울 지경이다.

인터뷰에서도 어쩌면 가장 많은 말로 혼선을 빚지 않을까 우려를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형준은 “그 전엔 누군가 레스카의 목표를 물어오면 글쎄...라고 했지만 덕원이형이랑 술 마시면서 형이 이왕 시작했다면 레스카는 한국의 레게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질 그런 밴드가 되어야하지 않겠느냐. 라고 말씀해주셔서 그걸 목표로 삼기로 했다.”라고 차분히 말하는 사람이었다.

이건 한낱 2011년 가을 레스카(멤버들)에 대한 단상일 뿐이다. 레스카는 지난 9월 소셜펀딩사이트인 텀블벅 프로젝트를 통해 첫 ep앨범을 발매했다. 레스카를 알 수 있는 건 이런 텍스트따위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일 것이다. 설명되는 것보다 그 자체여야 하는 음악이 있다. 그게 아마도 레스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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