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작의 관찰노트]밴드 아침(Achime)의 보컬 권선욱과의 인터뷰_라기 보다는 거대한 잡담 3편

좋은 achime 입니다




“인간의 어중간함, 아니 뉴트럴(neutral)함”
 
붕작 : 이번 앨범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좀 해 봐라.
 
선욱 : 이번 앨범......글쎄 어떻게 얘기해야 재밌을 지 모르겠네. 뭔가 음악적으로 얘기하고 싶기도 하고 메세지적으로 얘기하고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싶기도 하고.
 
붕작 : 무엇이든.
 
선욱 : 음...3번 트랙인 Hyperactivity라는 노래의 가사는 요시다 슈이치 소설 중에 거의 똑같은 내용이 있다. 내 가사가 재밌는 사람들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읽으면 똑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시다 슈이치. 멋있는 대머리. (conquest.tv)

붕작 : 난 <퍼레이드>밖에 안 읽었다.
 
선욱 : 캬하- 명작이지, 푸후! <첫사랑 온천>도 재밌는데.
 
붕작 : 어우...(결말이)찝찝해가지고. 좋았는데 정말 강력한 찝찝함이었다.
 
선욱 : 그러니까, 내가 그 '찝찝함' 에 미쳐버렸다니까. 요시다 슈이치가 얘기하려는 것 중에 가장 큰 테마가, 사람이란 완벽한 선도 악도 없다는 것. 이 부분에 내가 강하게 이끌려서 내가 우리 음악에 대해 얘기할 때 ‘어중간함’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어중간함’이라고 하면 좀 전달이 안되는 면이 있는데 영어로 하자면 인간의 뉴트럴(neutral)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할까.
 
붕작 : 으하하하하
 
선욱 : 정말 꼭 이렇게 얘기해주면 좋겠다. 근데 붕가붕가레코드는 한글을 좋아해서...
 
붕작 : 뭐 난 별로 신경 안 쓰니까. 근데 말야. 왜 맨날 어려운 영어를 타이틀로 해?
 
선욱 : '심슨가족'을 보고 있는데 그 단어가 튀어나왔다.
 
붕작 : 만화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권선욱은 군 제대 이후로 자기전에 꼭 심슨가족 한 편을 본다.
권선욱에게 1일의 경계란 심슨가족이다. (20th Century Fox)


선욱 : 어. 사실 제목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짓는 타입이다. 가사는 의외로 빨리 나오는 편인데.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 어떤 두루뭉술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전기가 왔다. 그건 있어. 제목을 후렴구에 나오는 걸로 만든다거나 그런 건 싫어가지고. 곡 전체를 관통하는 그런 단어를 찾고 싶어한다. 가사에 나와도 상관은 없지만.
 
붕작 : 음...
 
선욱 : 왜 Hyperactivity가 됐냐면 우리가 평소에 사랑이란 단어를 붙여서 부르는 모든 행동들이, 예를 들면 감정이라든지 언어에 소화되지 못한 그런 것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거야.
 
붕작 : 지금 되게 멋있는 말을 했는데 표정은 안어벙 같았다.(웃음)
 
선욱 : 그러니까, 일단, 사랑이...뭐야? 그것 자체가 투 머치인 것 같아. 인생에서.
 
붕작 : 으하하하하하하하
 
선욱 : 예를 들면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에서는 ‘의미없는 말과 마음들을 잔뜩 늘어놓고 우린 그걸 사랑이라고 불렀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단 말야. 내 가사는 그걸 살짝 바꿔 부르는 건데.
 
붕작 : 후렴구에 나오는 부분같은데?
 
선욱 : 후렴이라기보다 가사가 그거밖에 없지 뭐. 잠깐.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긴 들어본 거야?
 
붕작 : 으크크크크 들었지! 당연히 들었지!
 
선욱 : 음악도 안 들어보고 지금 인터뷰하는 거야?
 
붕작 : 아니라니까. 내가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100회 특집 녹화방송 갔다와서 감명받은 게 있어.
 
선욱 : 뭔데?
 
붕작 : 인터뷰를 허투루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그 전에도 절대로 허투루 한 적은 없지만 정말 준비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건 되게 설명하기 힘든데 내가 붕가붕가레코드에 들어온 것도 어떻게 보면 아침 1집을 듣고 뒤통수를 치는 그 어떤 느낌때문이었잖아.그래서 이번 인터뷰는 정말 잘하고 싶다, 잘 쓰고 싶다,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그건 마치 좋아하는 마음이 클수록 등신같이 구는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장르음악은 도무지 지루해”
 
선욱 : 그렇다고 음악 얘기를 막 할 순 없잖아.
 
붕작 : 해! 하라고! 물론 다 알아들을 수는 없겠지.
 
선욱 : 그러니까 저번 앨범이 후렴까지 들어가기 전에 굉장히 공을 들여서 여러가지 장치를 쳐놓은 것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후렴까지 가는데 아무런 장치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심지어 Hyperactivity는 후렴밖에 없어. 그런 식으로 접근을 했지.
 
붕작 : 왜?
 
선욱 : 그런 음악을 최근에 많이 들었으니까.
 
붕작 : 역시. 잘은 못 알아듣겠구만.
 
선욱 : 그치? 간단히 보면 맞은편 미래에서 첫번째 후렴이 나오는 부분이 1분 30초가 걸렸다면 02시 무지개같은 경우에는 50초 대에서 첫번째 후렴이 나온다. 그런 차이. 그게 뭐냐면 더 뭔가 디지털 세대들의 음악에 가까운 구성이야. MP3다운받아 듣는 세대들의 감성에 맞는 거지.
 
붕작 : 그걸 노려서 그렇게 만든 건가?
 
선욱 : 그건 아니지. 구성은 훨씬 단조로워졌지만 이번에 들어간 네 곡은 전부 편곡이 복잡해서. 라이브에서 어떻게 재현해야될지 고민이 많다. 음...예를 들면 뭐가 있을까, 계속 기타나 드럼 소리만 나오는 그런 걸로만 10곡이 가득 채워진 음반을 들으면 느낌이 어때? 그런 거 들은 게 있어? 우리가 보통 말하는 '어떤 장르' 의 음악이. 한 앨범 통으로.
 
붕작 : 글쎄...들었어도 모르지 않을까?
 
선욱 : 난 그게 너무 지루해. 항상 얘기하는데 가사와 구성이 바뀌었을 뿐이지 그렇게 같은 게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건 지루해서 못 듣겠다고.
 
붕작 : 음...OOO인가?
 
선욱 : 그렇게 얘기하면 본인들은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OOOO같은 거.
 
붕작 : 나는 OOOO한테서 감흥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게 장르때문인지 뭔지는 나도 모르겠어. 나는 가사에 치우친 타입이어서 그런가...재미가 없어.
 
(hyperactivty 재생)
 
선욱 : 심지어 마스터링도 안 된 걸 듣고 있는 거야?
 
붕작 : 진짜? 이거 아니야?
 
선욱 : 어. 아니야. 음악은 그렇게 다르진 않지만.(웃음)일단 트랙 순서가 이게 아닌데.
 
붕작 : 미안해. 이건가?

(회사 내부에서 공유되고 있는 다른 achime의 데모곡 재생)
 
선욱 : 심지어 이건 넣지도 않은 거야.
 
붕작 : 그럼 이건가? 이게 [02시 무지개]지.
 
선욱 : 아니 그건 [첫사랑 자전거].
 
붕작 : 미안해미안해.
 
선욱 : 아니 미안할 게 뭐가 있어....미니홈피에 쓴 소설은 봤지?
 
붕작 : 어. <02시 무지개> 노래 들으니까 딱 그 소설이더만.
 
   
그녀는 뭔가 입을 앙다문채로 자기가 건너야 할 신호등 건너편을 노려보고 있었다. 뭔가 심술궂어보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그 옆모습은, 질끈 동여맨 포니테일 스타일의 머리때문에 더 당돌해보였다. 곧 차선측의 신호가 황색으로 바뀌고 달리던 차들이 신호등을 보고 속력을 줄이는게 보였다. 그리고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4차선인가? 3차선인가. 그리 넓지 않은 횡단보도 앞에 차들이 정지선을 지키는 둥 마는 둥 적당히 서서 그녀가 건너기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분명 그들은 그녀가 건너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신호와는 상관 없이 진행을 시작할 것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발목을 꽂꽂이 세워 몸을 빙그르 돌리며 횡단보도로 진입을 했다. 나는 처음에 그녀가 허공에 있는 무언가를 잡으려 손을 뻗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듯 했다. 횡단보도로 진입한 그녀는 손을 동글게 말고 고개를 쭉 펴서 온 몸을 사용해 수 많은 곡선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춤을 추고 있었다.

- 엽편 '02시 무지개' by 권선욱




선욱 : 그걸 쓴 계기가,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진짜 그 여자가 춤을 추면서 지나간 건 아닌고, 여자애가 혼자서 깡총깡총 지나가는 거야. 그 큰 횡단보도에 그 여자애밖에 없었단 말야.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쏘고 있는데 거길 그렇게 가는 걸 보니까 너무 아름다워 보이는 거야. 그 여자애가 예쁜 건 아니었고. 그 장면이 내 안에서 디벨롭된 거다.
 
그리고 두번째 트랙이 <첫사랑 자전거>인데 두 곡 다 소녀에 대한 얘기다. ‘이건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에 여자라든지 사랑에 관한 노래를 잔뜩 하고 있다. 근데 이 노래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가사는 두번째 후렴부분이다.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이 바뀌었고 나는 가지고 있던 생각이 바뀌었네’. 내가 써놓고도 잘 썼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천 중앙공원. '첫사랑 자전거' 의 실제 무대. (http://blog.daum.net/ly629/15592304)


붕작 : 크크크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선욱 : 그니까 내가 봤을 땐 그 여자애도 가지고 있던 생각이 바뀌었을 거란 말야. 내 옷도 바뀌었을테고. 화자의 주관에서 본, 두 사람이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에 생긴 갭(gap)을 잘 표현하고 있는 한 문장이랄까. 그래서 써놓고 음...잘 썼어 잘 썼어...(웃음)

 
“여자를 면밀히 관찰하는 망상소년”
 
붕작 : 이번에 나온 EP가 지난 앨범과 다른 게 뭐야? 성취하고 싶었던 부분이랄까 그런 거.
 
선욱 : 어...일단 소리를 더 깨끗하게 녹음을 했고 요번에는 ‘여자’에 대한 얘기가 많고...그 정도? 앨범 자켓도 그렇고 하여간 전방위적으로 레벨업 한 거 같아.
 
붕작 : 왜 여자얘기가 많을까? 여자얘기라기 보다 연애? 사랑 얘긴가?
 
선욱 : 어...이걸 만드는 동안 그런 일이 많았던 것 같아. 소녀나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음악이 많은 건 굳이 얘기하자면 망상에 빠져있는 소년의 눈을 통해 여자의 신비한 모습을 표현하려 한 거랄까.
 
붕작 : 망상에 빠진 소년이라기보다는...음...망상에 빠진 아저씨같은데.
 
선욱 : (웃음) 어 맞아. 망상에 빠진 아저씨.
 
붕작 : 여자가 아직도 신비로워? 여자는 남자를 신비로워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신기해 할 순 있지. 이해할 수 없어서.
 
선욱 : 남자에게 여자는 죽을 때 까지 신비로운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요번 앨범의 화자는 망상이 많은 사람이라니까. 멋대로 신비하게 생각해버리는 거지. 여자가 진짜 신비하지 않을지라도. 그러니까 나오는 여자들은 신비하다라는 그런 단어를 보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상이지.

앞에 두 곡에는 실제의 주인공들이 있어. 그 여자들이 내 망상의 각색을 통해서 나온 거다. 참고로 앞으로 내보낼 곡들에도 여자에 대한, 여자를 면밀히 관찰한 '망상 아저씨'의 노래가 두 곡 정도 있을 거다.
 
붕작 :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웃음)
 
선욱 : 그런 게 있어. 내 주위에 있는 여자들은 너무 이상해.(웃음) 보통의 여성들이 없어. 그래서 난 요즘 보통의 여성들을 보면 그냥 그 ‘보통’이라는 것에 반해버린다니까. 와! 보통이다! 이러면서.
 
붕작 : (주위의 여자들을)너무 면밀히 관찰해서 그래. 쓸데없이.
 
선욱 : 응, 그런 것 같아. 보통의 여성들도 면밀히 관찰하면 이상한 게 분명히 있을 거야. 그치?
 
붕작 : 그럼, 당연하지. 누구나 이상한 부분이 있다니까.
 
선욱 : 음 그러니까 이건 한 순간 반짝하는 여자애의 어떤 모습을 포착하는 아저씨의 얘기인 거야. 1-2번 곡이 그렇고 Hyperactivity는 사실 나도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건지 정리가 안됐어. 4번은 후반부에 짜까짝짜까짝하는 기타소리가 나온단 말야. 그건 영화에서 디졸브 효과의 이미지와 닮아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제목을 지었어.
 
붕작 : 정확히는 모르겠어. 디졸브(dissolve)가 뭐야?
 
선욱 : 그러니까 디졸브가 이 씬이 계속 가다가 다음 씬으로 바뀌는데 연결되서 나오는 거.
 
붕작 : 영화 <상실의 시대>에 나왔던 거?
 
선욱 : 그렇지그렇지!
 
붕작 : 생각해보니까 여기에 나오는 여자들은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여자 중에서 나오코랑 미도리 중에 나오코에 가까운데?
 
선욱 : 맞아맞아! 아니다. 1번은 나오코고, 2번은 미도리.(웃음)
 
붕작 : 크크크크. (잠시 생각하고) 아니지!! 굳이 따지자면 1번이 미도리고 2번이 나오코지.
 
선욱 : 아...그럴 수도 있겠다. 하여튼! 그 둘이야.(웃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르웨이 숲(한국명 상실의 시대) 영화 포스터.
왼쪽에 강하게 사는 것, 오른쪽에 깊이 사랑하는 것. 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뮤지션과는 연애하지 말도록”
 
붕작 : 근데 나머지 멤버들은 뭐하고 있어? 앨범 발매를 기다리면서.
 
선욱 : 나도 궁금하네.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 나의 가장 큰 밴드에서의 테마가 ‘멤버들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니까.(웃음)
 
붕작 : 다들 그것에 동의해?
 
선욱 : 안 하지. 나만 그래. 근데 처음에는 내가 사라지면 애들도 알아서 해산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지들끼리 노는 것 같아. 수열이도 나랑 같은 생각이긴 하지만 걔는 가용성이 있는 거고 나는 없는 거지. 그래서 나 빼고 다들 잘 놀아. 난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고 싶지 않아.(웃음)
 
붕작 : 그럼 어울리고 싶은 사람은 누구야? 보통? 보통의 여자?
 
선욱 : 없는 거 같아. 사교성 문젠가. 지금 인간관계에서 더 필요가 없어. 엄청 돈이 많아서 틈만 나면 나한테 용돈도 주고, 투자도 해주는 등 자선을 베풀 여자가 있다면 모를까.
 
붕작 : 그건 (두루두루amc)강대표님이 하고 싶어하는 건데? 맨날 누군가를 케어해주고 싶다고...서로의 니즈가 딱딱 맞는데?
 
선욱 : 근데 그 분은 케어할 사람이 너무 많잖아.
 
붕작 : 아니 (매니저로서의) 그런 케어 말고 한 사람만 케어하고 싶어한대니까.
 
선욱 : 그럼 나 좀 특별히 케어해달라고 전해줘.
 
붕작 : 직접 얘기 해. 왜 나한테 전해달래.(웃음) 그때 같이 있었잖아. 대표님이 자기는 누군가 자기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 좋다고. 그랬더니 당신이 ‘그건 뮤지션이 딱인데!’라고 했잖아.
 
선욱 : 몰라몰라. 어쨌든 내가 아는 여자들이 뮤지션과 만난다던지 결혼하는 건 절대 반대. 뮤지션이랑 사귀는 여자들은 10이면 8.9는 험한 꼴을 본다니까. 왜냐!? 말 그대로 음악하는 사람들이란 존재는. 결여되고 자극을 필요로 하는데다가 심지어 자기애도 강하기 때문에 뭔가 여자가 상대하기 피곤한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지. 그래서 내가 설화(붕가붕가레코드매니져)한테도 절대 음악하는 사람 만나지 말라고 한다니까.
 
붕작 : 그래서 결국 아무도 소개시켜주지 않는 건가.
 
선욱 : 내 주위에 소개팅을 주선할 만큼 친분이 있는 남자라고 하면 뮤지션밖에 없으니까. 근데 또 얘가 배가 불러서 소개팅은 싫대. 그렇게 만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붕작 : 배가 불렀네. 사람들이 왜 연애에 있어서 노력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지 모르겠어. 연애는 하고싶어 하면서.
 
선욱 : 맞아.
 
붕작 : 꼭 설화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보통의 정서가 그렇다고.
 
선욱 : 아냐, 난 설화한테 하는 말이야.
 
붕작 : 난 전반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야.
 
설화 : 그 전반에 내가 있다는 거지.
 
붕작 : 음...그렇지.(웃음)
 
선욱 : 그래서 나는 이번 앨범에서 자기가 소녀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어떤 아저씨가 자기를 어느 순간 이렇게 보고 있다는 걸 느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다랄까.
 
붕작 : 경각심을 느껴야 하나.
 
선욱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망상 가득한 시선으로 신비롭게 봐주는 쪽. 기쁘지 않을까?
 
설화 : 붕작은 그런게 느껴져?
 
붕작 : 글쎄...그 소녀들에 나를 대입시켜보진 못 했네. 난 그냥 [02시 무지개] 도입부 빡직! 이 좋아.(웃음)
 
선욱 : 특이해.
 
설화 : 앨범 자체가 여자에 대한 관찰인데 내가 들었을 땐 아, 남자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느낌이었다.
 
선욱 : 그래, 그렇다니까.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붕작 : 난 굳이 얘기하자면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상상력을 가지는 거라고 생각했지. 오늘 광화문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기다리는 곳에  멀쩡한 여자가 그냥 앉아있는 거야.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보기에는 정상적인데 그곳에 그냥 다리를 쭉 뻗고 풀썩 앉아있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궁금했지. 그런 식으로 상상력을 가지는 것.
 
선욱 : 그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망상을 부풀리는 남자라니까. ‘망상 아저씨’.
 
붕작 : 결국 궁극의 이상형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거잖아.
 
선욱 : 그냥 모든 여자가 될 수 있지.
 
붕작 : 모르는 사람.
 
설화 : 안 사귀어 본 사람.
 
선욱 : 어, 그거다. 안 사귀어 본 사람.  근데 씨디봤어?.
 
붕작 : 아니.
 
선욱 : 오늘 심의 돌리고 한 장 남았어.(꺼내면서) 아주 매력덩어리지. 무광 알판이 포인트야.
 
붕작 : 나 줘.
 
선욱 : 에이씨.
 
 

어떤 사람은 활자화된 인터뷰를 통해 실제보다 썩 매력적인 사람인 것 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은 활자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도, 가둘 수도 없다. 권선욱은 단연 후자다. 백년 동안의 잡담을 풀어놓는다고 해도 나는 권선욱을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채팅창에서의 어휘를  그대로 구어체로 구사하는 말투(예: 푸후- 낄낄 등), 예민한 표정, 진지함과 상스러움의 앙상블, 의외의 친절함과 적절한 배신 등등 하여간 권선욱은 권선욱으로만 쓸 수 있다.
 
권선욱에 대한 레포트를 써야한다면 이 자료는 그닥 유용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무용지용론에 입각하여 욕심을 내본다면 이 거대한 잡담이 <권선욱 테두리 점선>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더 많이 알고 싶다면 테두리 점선을 들고 부지런히 권선욱을 쫓는 수 밖엔 없겠다. 물론. 절대로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는 도망치는 히어로니까.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no. 11
어스름하고 선연하게, 당신의 마음과 공명
achime(아침) [Hyperactivity] (EP)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