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작의 관찰노트] 눈뜨고코베인의 보컬 깜악귀 인터뷰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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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인터뷰를 못 하겠다
- part 2. 나는 내가 뭘 하는 것과 내 음악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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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애인으로는 생각할 수 있지만 결혼은 잘 모르겠다고 했어야하나..."

너굴 : 붕작은 궁금한 게 뭐야? 밴드야 앨범이야.

붕작 : 난 궁금한 게 깜악귀인데?

너굴 : 그래. 그럼 깜악귀에 대해 얘기해보자. 회사는 언제까지 다닐 건가?

깜악귀 : 가능한 한 항상.

너굴 : 음악으로 전업할 생각은 없는가.

깜악귀 : 글쎄. 난 상상을 못 하겠는 걸. 항상 하는 얘기지만 이를테면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도 그렇게 얘기하는데 ‘그럼 음악을 취미로 하시는 건가요?’ 라고. 그러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 전업을 하지 않으면 취미인거구나...취미밴드인가요? 라고 부르면 네. 라고 할 수도 없고 아니오. 라고도 할 수 없는 난감함.

너굴 : 그 부분에 있어서는 곰사장이 명확하게 정리한 말이 있지. ‘인디 뮤지션의 본질은 투잡이다.’

깜악귀 : 그냥 직장은 살아가는 것이고 음악은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음악은 음악이다.

붕작 : 힘에 부치지 않는가?

깜악귀 : 힘에 부친다. 어렵다. 직장을 하면서 음악을 한다는 것,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전업을 하면서 음악을 하면 쉬운 걸까? 더 잘하는 걸까? 더 전문성을 가질 수는 있겠다. 그 시간 동안 계속 음악에 매달린다면. 하지만 나는 음악을 전업으로 하게 된 사람을 보면 그 시간동안 계속 음악을 하는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냥 그 시간에 공연을 더 하겠지. 그리고 그걸로 돈을 벌겠지. 하지만 그 시간에 음악을 더 만들거나 더 연주를 하는 걸 본 적은 없다.

내가 뭐 세션이거나 악기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전업을 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런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그 스킬을 다듬어 왔고, 그거 외에 다른 스킬을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딱히 그렇지 않다. 연주자라고 할 수가 없고 혹은 뭐 남의 곡을 부르는 전문 보컬도 아니다.

붕작 : 일은 한 지 얼마나 됐나.

깜악귀 : 일은 항상 해 왔다. 기본적으로는 그냥 이런 비유를 많이 드는데 음악에 떼를 쓰고 싶지 않아서? 왜 나를 먹여 살려주지 않느냐라고 음악에 떼를 쓰고 싶지 않다. 음악을 하는 것과 음악으로 먹고 사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본다. 음악으로 먹고 살려고 하면 그게 별개가 아니겠지.

음악이 좋은 것과 그 음악이 팔리는 것은 별개의 얘기다. 그게 하나가 되지 않으면 또 힘들어질 거다. 그렇게 되면 음악에다 대고 떼를 쓰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나를 먹여살려주지 않느냐고. 기본적으로 인간관계나 뭐나 그런 걸 싫어하는 것 같다.

붕작 : 떼 쓰는 거?

깜악귀: 그리고 강요하거나 강요받는 것. 음악을 애인으로 생각할 수는 있지만 결혼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해야 하나.

너굴 : 괜찮다...

깜악귀: 어느날 만나서 하룻밤을 보낼 수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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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인생이 음악을 듣는 거지 내 인생이 음악을 듣게 해 주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깜악귀에게 사생활에 대한 몇 개의 질문을 던졌고 대답도 들었지만 깜악귀는 안 적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붕작 : 당신의 사생활은 흥미롭다. 그런데 왜 적지 말라고 하는 건가.

깜악귀 : 그냥. 이런 저런 선입견들이 있으니까. 나는 내가 뭘 하는 것과 음악을 하는 것은 별개라고 본다. 이를테면 내가 바람둥이에 난봉꾼이라거나 아예 도덕적인 사람이라거나 그런 게 음악을 하는 것과 별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뭐 취미가 바둑이라든가, 당구라든가, 춤이라든가 관계가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붕작 : 그런가. 난 아직까지도 분리를 못 시키는 것 같다. 음악, 영화, 글 같은 걸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어떤 호감을 느끼게 되면 나는 그걸 만들어낸 사람의 파편적인 정보를 수집한다. 왠지 그런 것들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에.

깜악귀 : 나는 남의 음악을 들을 때도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커트 코베인이 어떤 인생을 살았느냐와 그 앨범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음악 자체로 독립성이 있지 않나. 그 사람이 만들 때 조차도. 보통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아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그 사람이 고아라서 이런 멜로디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과 더 관계가 있지 않을까? 일대기와 음악을 헛갈리면 안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너굴 :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 같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 소설 속 인물과 자기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볼 때도 구분해서 볼 수 있겠지만 사실 대중은 구분하기 어렵지 않나.

깜악귀 : 그렇긴 하다.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성향이 녹기 마련이다. 근데 어떻게 보면 음악은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지려는 힘이 더 강한 것 같다.

너굴 : 오오-

깜악귀 : 최초의 발상은 그 사람의 성향에서 나오겠지. 그 뒤에는 음악이 스스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런 멜로디가 붙었기 때문에 리듬은 이럴수밖에 없다든가. 가사는 이 부분이 운율에 더 맞기 때문에 이 단어를 쓸 수 밖에 없었다든가. 이런 부분들이 필연적으로 작용을 한다. 그러면 음악을 하는 사람은 그걸 존중하게 된다. 자기의 성향보다 더 많이. 물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으냐가 영향을 끼치는데 어느 쪽이 우선이냐고 보면 나는 음악의 고유성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 밴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 그게 난감한 점이다. 인터뷰를 하거나 하면, 뭔가 반드시 개인사적인 비밀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개인사적인 감성이 녹아있을 수는 있지만 별개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런 창법을 쓴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냐고 묻는데 딴 사람들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더라고. 하지만 그렇게 부르는 게 더 기분좋아서 그러는 게 아냐? 라고 생각하곤 한다. 더 와닿기 때문에? 그게 왜 와닿았냐고 하면 그 사람인들 딱히 뭐 답이 있을까?

붕작 :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인터뷰를 못 하겠다. (웃음)

깜악귀 : 누가 좋아지면 좋아지는 거다. 그렇지만 왜 좋아졌는가의 이유는 나중에 생각한 거다. 키도 크고 말도  잘 하고. 사실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한 거다. 사실은 그냥 좋아진 거다. 노래를 만드는 것도 비슷하다. 그렇게 하는 게 좋았기 때문에. ‘보기에 좋더라.’ 이런 성경말씀도 있지 않은가.

너굴 : 어떤 의도나 방향성을 치밀하게 계획하거나 계산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말 같다.

깜악귀 : 그러지 않는다.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럴만한 스킬도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스킬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의뢰를 받아서 음악을 하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많다. 오히려. 가요를 쓰는 사람이라든가. 애절한 발라드를 써 주세요라는 의뢰를 받으면 아 이건 어떤 조를 쓰고...라는 방식으로. 하지만 난 그런 것에 얽매일 필요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으니까. 반은 마음이 가는대로이고 반은 음악이 가는 대로다. 하지만 개인적인 성향상 메세지의 구성을 가지게 되는 거다.

이번 앨범은 보다보니 그런 내용을 많이 가졌고 그런 흐름을 가지게 된 것에 가깝다. 어떤...죽은 것에 대한 테마? 뜬끔없이 떨어진 건 아니다. 다른 앨범에도 그런 게 다 있었다. 세계관 자체가 누군가 계속 죽고 있는 것이다. 내가 죽든, 남이 죽든. 근데 그게 정말로 죽는 건 아니고. 그냥 괴롭다고 생각하는 게 깔려있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엽기발랄한 재미있는 가사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앨범을 들으면 키치적이고 재밌는 가사라고 생각을 하고 아니면 어떤 사람들은 너무 내용이 어둡고 괴상하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겠지. 항상 양극단의 얘기가 나온다.

너굴 : 그런 양극단의,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느낌을 받는 사람들을 볼 때 기분이 어떤가. 그런 반응이 재밌다...랄지.

깜악귀 : 글쎄......좀 괴롭다. 재밌다라기보다. 양쪽 다 아니거든. 하지만 양쪽 다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그걸 의도라고 한다면 또 할 말이 없는 거지. 니가 만들었으니 의도 아니냐라고 한다면. 재밌게 하려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곡을 만들 때 이렇게 하는 게 재밌어 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노래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두운 게 담기는 것도 사실이다. 나한테는 그 두 가지가 다른 게 아닌데 듣는 사람에 따라 어떤 부분이 커 보이는 거다.

붕작 : 최근에 깜짝 놀랄만큼 순진하면서 그게 티가 나는 어린 친구와 까페에 갔다. 그 친구가 바리스타에게 드립 커피를 추천 받으면서 물어봤다. ‘이건 무슨 맛이죠? 누군가 물어본다면 무슨 맛이라고 설명해야 되죠?’ 그러자 바리스타가 이 커피는 깊은 땅의 향기와 풀잎향을 품고 있으며 커피를 다 마시고 난 뒤에는 이런 맛을 느끼게 된다...라고 답을 해줬다.


그런데 맛에 대한 묘사 뒤에 그가 한 말이 ‘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긴 하지만 재밌는 건 내 묘사에 따라 사람들은 그 맛을 느낀다’였다.

깜악귀 : 그런 면이 있을 거다. 그래서 별로 노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원래 음악이나 이런 건 그 사람의 인생이 음악을 듣는 거지 내 인생이 음악을 듣게 해주는 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니까.

붕작 : 공연하는 건 어떤가.

깜악귀 : 재밌다.

붕작 : 사람들이 들어주는 것과 내가 하는 것 중 어디에서 재미를 느끼는가. 

깜악귀 : 그런 것도 있지만 공연이라는 형식 자체를 좋아한다. 에너지가 있다. 집중되는 분위기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붕작 : 공연을 보기도 하는지?

깜악귀 : 안 본다. 전혀 안 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연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붕작 : 왜?

깜악귀 : 되게 좋아하는 밴드가 내한공연을 해도 보러가지 않는다. 나에게 공연이란 내가 하는 거지 남이 하는 게 아니다.

붕작 : 그건 마치 내가 농구를 하는 건 좋아하지만 보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와 비슷한 것일까? 나는 모든 운동을 내가 해야 재밌지 관전은 재미를 못 느낀다.

깜악귀 : 비슷하다. 내가 하기 때문에 재밌는 거다. 별로 좋은 소비자는 아니다. 받아먹는 걸 별로 안 좋아 한다. 그냥 맛 없는 걸 먹더라도 내가 찾아서 먹는 걸 좋아한다.




"사적인 얘기를 지루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붕작 : 살 안 찔 것 같다.

깜악귀 : 요새는 나이 들어서 좀 찌고 있다.
붕작 : 살이 안 찔수밖에 없는 사람 같다.

깜악귀 : 노래 하나 만들기가 어렵다.

너굴 :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결혼식 축가를 두 시간만에 만들었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의뢰하는, 목적성을 가진 그런 영화나 드라마 음악같은 것 만들어 볼 의향이 있는가.

깜악귀 : 그건 목적이 있는 노래였다. 물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그런 작업에 익숙하지 않고 그런 영상이나 자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여러 장르의 스킬들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타입은 또 아니니까. 의뢰받는 작곡가 타입이 아닌 거지. 내 방식으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지. 내가 만들었는데 그 영상에 잘 어울릴 수는 있겠다. 근데 그건 확률적인 문제다. 완전히 딱 맞게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을 못 하는 거다.

너굴 : 마치 결혼 축가를 부탁했지만 <결혼하지 마>가 나오는 것과 비슷한 건가.

깜악귀 : 그렇다. 결혼을 축하합니다는 노래를 만들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리고 뭐 일단 그런 노래가 영상에 들어가면 너무 셀 거다.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있을 지 모르겠다.

너굴 : 그런 게 있네. 까페에서 틀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깜악귀 : 틀 수 없다고 강하게 말은 못하겠지만 대화에 집중할 수는 없을테니.

너굴 : 전해들은 바로는 한국의 오래된 음악들을 굉장히 많이 들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런 게 지금의 음악작업에 도움을 줬는지 궁금하다.

깜악귀 : 도움을 줬다기 보다 그냥 좋아한다. 그런 노래들은 되게 쉽게 만들 수 있다. 하루에 세 개씩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작업을 일부러 하는 사람들은 싫어한다. 70년대 음악처럼 만들어야지...같은 거.

붕작 : 어떤 음악을 듣고 있나.
깜악귀 : 그냥 내 감성에 맞는 것들을 좋아한다. 미국 인디든...근데 주류 음악은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돌 음악은 좋아하는 게 있다. 소녀시대의 본드걸 컨셉의 노래. 우후인지 휴~인지.

너굴 : 후?

붕작 : 훗?

깜악귀 : 뭐 그런 제목. 별로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영국 포스트 펑크? 신스가 가미된 그런 것? 플레이밍 립스라든가...이것 저것 좋아하지만 연극적인 성향이 있는 걸 좋아하는 건 있다. 어릴때부터. 노래를 쓸 때도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연극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 아주 짧게 끝나는 그런 모놀로그 형태의 단막극같은.

너굴 : 혹자는 아니, 혹자라기 보다 우리끼리 한 말중에 눈코의 음악은 친구없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평가를 했는데 회사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깜악귀 : 잘 지낸다.

너굴 : 끝나고 술도 한 잔 하러 가고?

깜악귀 : 그런 건 안 좋아 한다.

너굴 : 회사 분위기인가, 깜악귀의 성향인가.

깜악귀 : 내 성향이다. 사적인 얘기를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너굴 : 그건 애인하고도 그랬나.

깜악귀 : 어느 정도는. 물론 듣는다. 관심을 가지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적인 얘기는 지루한 거다. 사람들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거든. 이 사람 얘기나 저 사람 얘기나 크게 다를 게 없다.

너굴 :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고 듣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지 않나.

깜악귀 : 그렇다. 불가피한 것이다. 불가피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더 힘든 거다. 갇히는 느낌이 들고.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너의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얘기 가운데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진부한 얘기란 말이다. 하지만 그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내 주관적이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편적인 감성을 가지는 것이고.

하지만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거다. 그런 걸 답답해 한다. 나는 내가 겪는 일들이 별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겪는 일일 뿐이다. 그 사람은 언제나 거대한 횡액을 만나고 있고 언제나 과도기고 언제나 어떤 일을 겪고 있고 언제나 시달리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주 평범한 거라고.

너굴 : 그렇지만 노래에는 그런 가사들이 담겨있다. 오늘 힘든 일이 있었어. 그걸 들어줄 수 없는, 네가 없는 것에 대한.

어느날 야근을 하고 방에 들어오니

네가 누워 있네

마치 죽은 듯이 숨을 쉬지 않고

방금 샤워를 한 듯이 별로 입지 않고

피곤한데 너는 본 척도 않고

그냥 누워 있네 마치 시체처럼
들어봐 나 오늘 정말 힘든 일이 있었어

나는 오늘밤에 네가 필요한데 너는 없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너를 사랑해왔는데 너는 일어서질 않네

아무리 불러도 너는 본 척도 없네 일어서질 않네

숨을 불어넣어도 일어서질 않네

말을 걸어봐도 일어서질 않네
이제 아무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겠지
너는 이제 나를 보지 않겠지

나는 오늘밤에 네가 필요한데 너는 없네

- '네가 없다' from ≪Murder's High≫

깜악귀 : 뭐, 사람들이 겪는 일들에 대해서 관심은 가지고 있다. 약간 냉정한 건지는 모르지만 어떤 철거촌의 일이라든가 사회에서 누군가 죽었다 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분노를 한다. 나도 저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나라에서나 저런 일들이 항상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지 않나. 센세이셔널한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 혹은 내가 어떤 강도로 당하더라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연을 당한다거나 해도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더라.

너굴 : 딱 이번에 눈코 노래를 듣는데 그 CF가 계속 생각이 나는 거다. 그 왜...남자한테 참 좋은데~ 하는 아저씨.

붕작 : 마늘...아저씨?

너굴 : 아니야...산수유일거야.

붕작 : 아마 마늘도 할 거다.

너굴 : 하긴 달팽이도 하시는 것 같다. 그 광고가 생각이 나면서 눈코를 어떻게든 설명해야 할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붕작 : 깜악귀는 굉장히 매력적인데 누군가가 깜악귀를 좋아하게 된다면 되게 힘들 것 같다.

너굴 : 으하하하하하

붕작 : 마음에 들고 싶지만 도무지 방법을 못 찾을 것 같은.

깜악귀 : 그럴 수 있다. 별로 악의를 가진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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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지만 상처는 받는다. 다만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굴 : 근데 내가 그동안 접한 깜악귀는 되게 쏘쿨인데 그 안에 여린 면이 있는 것 같다.

붕작 : 당연한 거 아닌가? (웃음)

깜악귀 : 나도 상처를 많이 받는다. 냉정한 것과 상처를 받는 건 다른 얘기다.

붕작 : 그런가?

깜악귀 : 냉정하지만 상처를 받는다. 다만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거다. 내가 아무리 큰 상처를 받아도 별 일이 아닌 거라고.

너굴 : 그게 그렇게 되나?

깜악귀 : 그렇게 되더라. 이를테면 음악을 하는 것도 남들이 더 성공해야할텐데...라는 얘기를 하는데 듣고 있자면 음?....음? 이런 기분? 왜 남들이 더 안달하는걸까? 라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물론 고맙다. 하지만 약간 강요받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성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음악을 한다는 게 히트를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든 밴드는 히트를 향해 달려가는 밴드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 외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하고 그 외의 것은 범죄적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것 같다.

왜냐면 자기들이 그러고 싶기 때문이겠지. 모든 사람들에게는 밴드를 해서 성공하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아는 밴드들은 모두 유명한 밴드들이다. 대성공한 밴드들. 그 외에 대한 밴드들에 대한 이미지는 라면을 끓여먹고 사는 이미지뿐이다. 그 중간에 밴드들이 있다는 걸 상상도 못하는 것 같다. 나의 감성으로는 성공하지 않은 밴드들이 훨씬 많은데 왜...빅 히트를 치지 않는 것에 대해 안달해하는 지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다. 객관적으로.

붕작 : 죽고싶다는 생각같은 거 해본 적 없을 것 같다.

깜악귀 : 아니다. 많이 한다. 항상 한다. 음악을 보면 알지 않나. 음악에 항상 죽는 얘기를 하고 있다. 괜히 앨범제목이 <Murder’s high>겠나. 내가 보기에 사람들은 모두 죽어가는 사람들이거나 죽고싶어하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나를 죽이는 사람들이거나 내가 죽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상처를 하나 받을 때마다 죽어간다.

붕작 :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했냐면 뭔가 기대치라는 게 별로 없어 보였다. 사람한테나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나 살아가는 것이나.

깜악귀 : 근데 뭐 많이 포기했다. 기대치가 되게 커서 그런지도 모른다.

너굴 : 나는 그렇게 보인다. 기대치라는게 아까 말한 것처럼 세상의 잣대로 평가되는 그런 게 아니라 깜악귀는 사실 욕심도 많고 본인에 대해서도 기대가 많은 사람일 것 같다.

깜악귀 : 어느 정도는. 근데 충족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너굴 : 밤에 잠은 잘 자나?

깜악귀 : 잘 못 잔다.

너굴 : 잠 안 올 때 뭐하나.

깜악귀 : 안 잔다.


그럴 수 있지. / 그런 면도 있어. /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 / 그냥. / 뭐. / 그냥, 뭐.

녹취를 풀면서 가장 많이 들은 깜악귀의 말들이다. 깜악귀는 말들은 대체로 분명하고 또 선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 다르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 '이것 아니면 저것' 이 아니라 '이것이지만 저것일수도', 혹은 '이것이면서 저것'.

더 많이 말하면 더 많이 이해하는지?

 

'들었잖아. 들었으면 알 수 있잖아.' 라는 깜악귀의 말을 응용해 이번 인터뷰에 대해 말하자면

'읽었잖아. 읽었으면 알 수 있잖아.' 라고 할 수 있겠다.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no. 10
눈뜨고코베인
《Murder’s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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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코베인 3집 발매 기념 콘서트
Murder's High

일시: 2011. 05. 22 (일) 18:30
장소: DGBD
게스트: 옥상달빛

예매 25,000원 | 현매 30,000원
예매처 향뮤직 (바로 가기 www.hyangmusic.com)

예매 오픈 04.28(목) 낮 12:00

* 공연 컨셉 상 입장 가능 관객을 150명으로 제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