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작의 관찰노트] 눈뜨고코베인의 보컬 깜악귀 인터뷰 pt. 1

붕작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인터뷰를 못 하겠다
- part 1: "적당한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곰사장이 가장 좋아한다는 밴드, <눈뜨고 코베인>
음악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밴드, <눈뜨고 코베인>
음악을 제법 듣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밴드, <눈뜨고 코베인>

이런 이유로 나는 <눈뜨고 코베인>(이하 눈코)과의 인터뷰를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루고 또 미룬 다음에 한 번 더 미뤘다. 눈코 1집 <Pop to the people>을 듣다가 설거지하던 고무장갑을 빼고 CD 플레이어를 중지시킨 적이 있다. 그리고 눈코 제작회의에서 내가 모르는 그 어떤 사운드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외계어같은 전문용어로 펼쳐지는 가운데 '도대체 난 여기 왜 있는가.'라는 깊은 피로를 느낀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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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눈코는 뭔가 대단한 것 같지만 어렵고 무섭고 부담스럽고 담 뒤에서 훔쳐보기나 해야지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은 대상은 아니었다. 말을 걸어도 되는지 모르겠고. 말을 건다고 대답을 해줄 지도 모르겠고. 그렇다면 역시 말을 안 거는 쪽이 나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등이 떠밀려버려서 저기요...라고 우물우물 곱은 손가락으로 어깨를 건드려야 했다.

인터뷰에 대한 부담이 커질수록 청소의 규모도 달라지는데 이번에는 부담감이 역대 최고로 컸던만큼 집 구조를 바꾸기에 이르렀다. 쓰지 않는 책상을 버렸고 새로 산 수납장을 고정시켰으며 물건들을 버리거나 정리했다. 그렇게 닥쳐오는 인터뷰를 비겁한 자세로 임하다가 4월 24일 저녁, 심호흡을 하고 집을 나섰다. 노트북, 녹음기로 쓸 전화기, 만약의 사태를 위한 충전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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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1년 4월 24일 일요일 저녁 7시
장소 : 롤링홀 옆 까페 Two hands
진행 : 붕작, 너굴
정리 : 붕작
사진 : 프로필 사진 + 여기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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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K: 자, 준비됐나?

붕작: 아니. 전혀.


엄청나게 서둘렀더니 약속시간 5분 전에 도착했다. 좋은 출발이다. 잠시 후 깜악귀가 도착했고, 뒤이어 너굴이 도착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고백을 시작했다. 깜악귀는 인터뷰가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고백했다. 준비한 질문을 적어놓은 노트를 집에 놓고 왔다고. 그리고 너굴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까페에서 준 물은 깜짝 놀랄만큼 뜨거웠고, 밀크티는 머리가 핑 돌만큼 달았다. 좋은 출발이다.

놀러왔던 너굴은 순진한 어린이처럼 꺄르르 웃으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 깜악귀는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비단결 마음을 가진 스네이프 선생님처럼 조곤조곤 많은 답을 들려줬다. 나는 깜악귀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적인 얘기'를 몇 번인가 물어봤을 뿐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깜악귀의 흘러내린 안경을 훔쳐보다가, 밀크티를 저어 먹다가, 감탄하다가, 머리를 긁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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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악귀

"살인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언제나처럼"

너굴 : 아니나 다를까 모두 살인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깜악귀 : 뭐랄까.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이를테면 1집은 앨범 제목을 <Pop to the people>이라고 했더니 모든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Pop이라는 데 집중이 되더라고?

너굴 : 어쩔 수 없다. 타이틀의 무게가 그런 게 아닌가.

깜악귀 : 2집에서는 <아빠가 벽장> 가사에 대한 얘기가 정말 많았다. 무슨 뜻이냐에서부터...

붕작 : 근데 나는 <Murder’s High>라고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지 다 연애 얘기 같았다.

깜악귀 : 그것도 맞는 얘기다.

붕작 : <네가 없다>도 그렇고 <그 배는 내일 침몰할 거예요>도 그렇고 <하나 둘 셋 넷>은 특히 그렇고.

너굴 : <하나 둘 셋 넷>은 그런 노래가 맞다. (웃음)

깜악귀 : 나는 별로 센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용하는데 사람들은 거기에 구애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꽤 중용적으로 쓰는데. 다른 밴드들도 상당히 자극적인 표현들을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 밴드 노래에 대해서는 뭔가 되게 센 뜻을 담고 쓰는 단어로 생각되는 면이 있나보다. 잘 모르겠다. 나는.

너굴 : 내가 살인이라는 키워드에 의구심을 품은 건 앨범 자체에서는 드러내지 않는 게 원래 기획 의도가 아니었나. 결국 이 사람이 살인을 했느냐 안했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깜악귀 :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아빠가 벽장>에서 아빠가 정말 어디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너굴 : 아빠는 벽장 안에 있는 거 아니었나? (웃음) 난 너무 당연하게 있다고 생각했다.

깜악귀 : 그게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거다. 2집에 대해서 항상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건 일종의 심리검사지 같은 거라고. 이 그림을 보고 그렇게 떠올리면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 거고, 어떤 사람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에게는 그런 의미가 있는 거다.

하지만 이 말은 ‘이게 시인데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냥 그 상황이 많은 걸 담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걸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사를 만드는 거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런 걸 생각하게 하고 싶은 것도 있고. 내가 처한 상황이나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함축도 같은 것? 그리고 또 내가 노래를 만들 때에는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담았겠지? 근데 뭐 ‘나는 이런 상황에 처해 있으니까 이런 가사를 써야지!’ 는 아니다. 그냥 그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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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벽장안에 있을리가 없잖아
아빠는 영국으로 출장가신거야

꼭 그렇게 말해야 해
엄마 속 썩이지 말고
옆집아이들이 물어봐도
꼭 그렇게 말해야해

아빠가 벽장안에 있을리가 없잖아
아빠는 영국으로 출장가신거야

꼭 그렇게 말해야 해
엄마 속 태우지 말고
옆집아줌마가 물어봐도
꼭 그렇게 말해야해

- '아빠가 벽장' from 《Tales》(2008)



"사람들은 선한 의도 때문에 오히려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붕작 : 나는 그 전에 눈코를 들은 적이 없다. 원체 문외한이다.

너굴 : 이 인터뷰어의 특징은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백지상태라는 거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공부하다가 팬심이 생기는 이상한 케이스다.

깜악귀 : 뭐 어떤가. 많이 아는 사람에게 얘기하기가 더 어렵다.

너굴 : 맞다. 그게 매력이다.

붕작 : 고오오오맙다. 눈코를 듣는데 이야기가 강했다. 특히 <그 배는 내일 침몰할 거예요> 가 어떻게 쓰였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깜악귀 : 그런 질문을 꽤 많이 받는데 제일 난감한 질문인 것 같다.

붕작 : 아 그런가.

깜악귀 : 보통 어떤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떤 계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던가. 그런 건 아니다. 그냥 그런 기분이 되서 그런 감성이랄까 풍경이 떠오른 거다. 기타를 치다가 그런 게 떠오르는 거다. 내 말을 안 믿어 주는 것? 아무리 이렇다고 말해도 절대 들어주지 않는 거?

붕작 : 나는 이 노래를 듣는데 영화 <디 아이>가 생각났다. 앞으로 일어날 비극적인 일을 예견하지만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짧아서 어쩔 수 없는 시각장애 여주인공이 나오는데,  신기있는 아이? 뭐 그런게 생각났다.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는데다가 심지어 배척당하는 거다.

깜악귀 : 그런 이야기다. 내가 그런 신기같은 게 있는 건 아니고, 내가 보기엔 당연하고 분명하게 흘러갈 일인데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상황같은 거? 그것도 있고 밴드를 하면서 느끼게 된 감성도 섞여있는 것 같다. 그런 거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 거? 이해받지 못하는 거?

너굴 : 근데 듣는 입장에서 나는 처음에 좋아했던 노래가 <그 배>였고 두번째로 좋아했던 노래가 <네가 없다>였는데 <그 배>를 들었을 때 가장 와 닿았던 가사는 ‘이번에 잘되면 함께 있을 수 있다 하시네’ 부분이었다.

붕작 : 어, 나도.

너굴 : 그 부분이 너무 마음이 아픈 거다. 이 노래는 내 경우에도 투영시킬 수 있는데 붕가붕가 내부에서 내 의견이 배척당한다. <네가 없다>를 타이틀로 하자고 백만번 주장을 하는데도 다들 콧방귀를 꼈다. 그러다가 여심을 그나마 잘 알고 있는 덕원에게 곰사장이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덕원씨가 <네가 없다>가 좋다는 점지를 해 준 거다. 그리고 나서 바로 전화가 오더니 <네가 없다>로 하죠 하는 거다.

깜악귀 : 근데 뭐, 대중적인 노래는 아니다. 반대할 만도 하다. 나도 <네가 없다> 좋다고 생각한다. 만들 때도 좋았다. 왜냐면 제일 적나라하게 하고싶은 얘기를 한 거거든.

너굴 : <그배>에 나오는 아줌마가 단지 욕심이 난다거나, 사람에 대한 불신만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깜악귀 : 그런 건 아니다. 사람들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너굴 : 이번 앨범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노래가 어떤 건가.

깜악귀 : 앨범을 만들 땐 있었는데 만들고 나니까 이젠 거들떠 보기도 싫다.

너굴 : 아앜! 그럼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좋아했던 노래가 무엇이었나?

깜악귀 : 만들었을 때 오랫동안 내가 부르고 다녔던 건 <그 배는 내일 침몰할 거예요>였다.

너굴 : 그렇다니까.

깜악귀 : 개인적으로는 <네가 없다>는 속 시원한 노래다. 소리지를만해서 소리질렀다는 느낌. <일렉트림빔>도 좋다. 좀 가사가 마이너하긴 하지만. 밴드의 입장으로 추구하려던 건 가장 잘 드러나 있다. 대중적인 노래로서 약점이 있긴 하다. 약간은 밴드에 대한 노래이기도 하고. 앨범마다 그런 노래가 하나씩 있다.

너굴 : 의미심장한데?

깜악귀 : 2집에서는 <하이웨이 몽키스타>. 먹이를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아직도 살아있다고. (웃음)

<일렉트릭 빔>도 밴드에 대한 거다. 그런 거 있지 않나. 밴드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 하는 생각이 있다. 창작을 하는 밴드는 아마 다 비슷할 거다. 자기 노래를 마음에 들어하는 밴드라면. 이 노래가 나가면 분명 사람들은 뒤집어진다. 큰 반향을 일으킬 거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ep를 만들 때나 1집을 만들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앨범을 내고 나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시기가 온다. 어떤 반응을 얻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사람들은 이 앨범이 나오든 말든 별 상관없이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된다. 글쎄 기하 정도의 호응을 얻는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건 잘 모르겠다.

근데 잘 나가는 밴드도 보고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는 밴드도 보고 그랬지만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 걔들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더군. 기고만장함이 침울해지는 과정을 반드시 겪게 되는데...그냥 뭐 그런 거다. 그래도 계속 밴드를 하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 않는 가치같은 게 있는 거겠지. 하여튼 <일렉트릭 빔>도 그런 느낌이다. 뭔 짓을 해봐도 소용은 없다하는 기분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됐나? 시작하자’ 또 이런 기분이 있는 거다. 그리고 내 생명은 얼마 남지 않은 거다. 그래도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 거다. 사람들에 대해서. 그런 기분인 거지.

너굴 : 심오한 노래였네.

깜악귀 : 심오할 건 없고 그런 느낌 속에서 만들어진 노래 같다. 그런 걸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엔지니어가 그만두지 않는 첫 앨범이다"

너굴 : 정식앨범이 아직 발매는 안됐지만 음원이 발표된 뒤 직간접적인 반응들이 있는데 인상적이었던 반응이 있었나?

깜악귀 : 글쎄. 나는 곡을 만들때쯤 되서는 아...앨범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나. 딴 애들은 씀펑씀펑 내는데. 우리보다 녹음을 늦게 시작한 애들이 벌써 앨범을 냈어. 근데 우린 아직 고치고 있어. 마음에 안 들어. 이대로 낼 순 없어. 지금까지 1-2집 작업을 하면서 엔지니어들이 한 명씩 있었는데 모두 중간에 그만뒀다. 이번 앨범이 엔지니어가 중간에 그만두지 않은 첫 앨범이다.

하지만 1년이나 걸렸다. 흰설이 인내심이 있더라고. 마지막엔 거의 말도 안 하더라. 요거  하나만 해 보자, 드럼을 다 뒤엎어 보자,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엔지니어의 심정이 어땠겠나. 분명 저번에 하루 종일 걸려서 만들었는데 뒤엎자는 거다. 그렇게 1년 정도 하고 나면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뭐가 좋다 하면 생소하게 느껴진다. 아...그게 좋아? 진짠가? 예의상 하는 말인가? 내가 제일 우리 밴드 앨범을 폄하하는 것 같다. 항상.

너굴 : 근데 또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깜악귀 : 안 좋은 점을 더 많이 보게 된다. 한 두달 후에 다 잊어버리고 들으면 어, 또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1집도 최근에 우연히 까페에서 틀어놔서 듣게 되었는데 좋더라고. 좋은 노래가 몇 개 있더라고. 이 정도는 나쁘지 않은데? 1집도 냈을 당시엔 다시 듣지도 않았다. 누가 틀면 도망가고. 가끔 까페 주인이 내가 눈코 보컬인 걸 알고 틀어줄 때가 있다. 난 정말 괴롭다. 가장 고문인 건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틀 때다. (웃음)

아 저 사람은 호의로 하는 짓인데 나는 싫다고 말도 못하고. 최근에는 꽤 친한 까페 주인이 틀어서 제발 좀 꺼달라고 한 적도 있다. 그냥 뭐 나쁘다는 소리가 안 들리면 ‘다행이구나!’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앨범 마스터 음원을 밴드 멤버들에게 보내줬는데 연리목이 ‘이번 앨범 좋은데.’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아, 그래? 다행이군.’ 이라 했다.

"들었잖아. 들었으면 판단할 수 있잖아"

너굴 : 사실 민감한 얘기일 수 있는데 나는 지금 현재의 눈코의 리스펙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깜악귀 : 옛날부터 그런 소리 들었다.

너굴 : 그 부분에 대해서 뭔가 더 본격적인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가.

깜악귀 : 글쎄 나는 오만한 얘기인지 너무 소박한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뭔가 앨범을 내면 아 이제 할 일이 끝났다는 기분이 드는 게 있다. 그걸 보고 곰사장은 왜 이렇게 의욕이 없냐고 하는데. 의욕이 없는 건 아니고 가장 큰 일은 앨범을 내는 거고 반응을 얻는 건 그러든 말든 알아서 해. 랄까. 들었잖아. 들었으면 판단할 수 있잖아. 거기다 대고 우리 음악 정말 좋으니까 한 번 들어보라고 이것 저것 한다. 그런 걸 상상할 수가 없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손에 잡히는 느낌이 아니라는 거다.

너굴 : 그건 사실 회사의 할 일이다.

깜악귀 : 과잉포장하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청자의 몫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너굴 : 사실 나도 그런 주의다. 컨텐츠가 좋으면 거기에 대한 반향은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요라거나 포장을 한다는 건 내가 생각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다만 이번 눈코 앨범을 들으며 그걸 포장하지 않아도 최소한 많은 사람들에게 일단 들려줘야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깜악귀 : 물론 많이 사람들이 듣게 된다면 좋은 거다. 앨범을 내 놓고 꼭꼭 숨겨두자는 건 아니니까. 모르겠다. 어차피 강요할 수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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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눈코는 난생 처음 먹는 똠양꿍"

너굴 : 지금 심의결과가 떨어지기만 눈을 부릅뜨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방송의 힘이 가장 크니까. 일단 축하한다. SBS에서는 전곡 심의에 통과했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와 있다. (웃음)

깜악귀 : 정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그게 다 통과가 되지?
붕작 : 나도 정말 의외였다. 그래도 되나?
깜악귀 : 놀라운 일이다. 가사가 많이 온건해졌나.

너굴 : 그럴 리 없다.

깜악귀 : 단어만을 보면 예전보다 온건할 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듣기 편한 음악이 됐을 수도 있겠지.

너굴 : 어떤 의미에서?

깜악귀 : 사운드 면에서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너굴 : 1-2집에서도 사운드 면에서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깜악귀 : 내가 부르는 방식도?

붕작 : 그런데 나는 확연하게 3집이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1집을 듣다가 중간에 껐다. 하하

깜악귀 : 그럴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고. 3집이 덜 위악적으로 들릴 수 있다. 나는 1-2집이 위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들리는 어떤 부분이 있나 보다.

너굴 : 3집이 특히나 마음에 와 닿는 소리이긴 하다. 깜악귀의 보컬같은 경우에도.

깜악귀 : 그냥 부르는 게 더 능숙해진 것도 있고 더 차분한 곡도 있다. 웃기는 건 <나 혼자 먹어야지>보컬을 곰사장이 듣더니 아 이거 보컬 볼륨을 줄이거나...뭐 이런 얘기를 하는 거다. 그래서 왜? 라고 물으니 보컬이 뭐랄까...세다는 거야. 적나라하다는 거야. 1집은 다 저렇게 불렀는데. 나참- 이제 목이 변해서 1집처럼 그렇게 세게 부르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그렇게 들린다니 나는 놀랍다. 웬일이냐 네가. 너는 항상 더 센 걸 원하지 않느냐 했다. 그랬더니 나도 많이 변한 거지 이런 얘길 하던데.

붕작 : 내가 3집을 가녹음한 걸 두 달인가 세 달인가 들었는데...막귀인 나에게는 낯설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공부하는 심정으로 1집을 들었는데 미안하지만 못 듣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3집을 듣다보니 좋아졌고 최근에 다시 1-2집을 들으니 또 좋은 것 같기도 하더라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깜악귀 : 근데 나는 못 듣겠다는 것도 이해를 한다. 왜냐면 그렇게 밝고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너굴 : 이 사람도 그렇게 밝고 따뜻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웃음)

붕작 : 글쎄. 정서상 밝고 따뜻하다 그런 거 말고 음식으로 치자면 먹어본 음식이 아니었던 거다. 난생 처음 팍치가 들어간 태국음식을 먹었을 때의 그 느낌? 좋다, 싫다라기 보다 ‘이게 뭐지?’에 가까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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똠양꿍 (from 위키피디아)

깜악귀 : 그런 면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음악이 투박하기도 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그런 기교를 별로 부리지 않는다. 언제나 스트레이트한 방식을 선호한다. 밴드 멤버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화성적으로 좀 더 편안하게 풀릴 수 있는 그런 스킬들을 별로 쓰지 않는다.

너굴 : 근데 그게 눈코의 매력 아닌가. 들었을 때...가사가 정말 크지? 쉽게 말하면 오글오글한 가사 없이 직접적으로 와닿는 그런 거니까.

깜악귀 : 오글오글한 걸 싫어하니까. 대중음악의 대부분을 들어보면 오글오글 하더라고. 그리고 항상 가장 좋은 리트머스 시험지가 야근을 할 때 직장에서 틀어놓을 수 있느냐 없느냐인데 우리 밴드 음악은 그렇게 될 수 없다.
붕작 : 나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면서 들었다. 

너굴 : 나도 운전할 땐 들었다. 근데 일 할땐 안돼. 일이 안돼. (웃음)

붕작 : 내가 봤을 땐 서류작업 배경음악으로는 힘들고 망치질이나 뭐 그런 신체를 이용한 작업 배경음악으로는 괜찮다.

깜악귀 : 허밍어반스테레오는 일하면서 들을 수 있다. 가사가 먼저 들리지 않으니까. 그냥 흘러가는 음악으로 들을 수 있다. 까페에서도 그렇고. 하지만 우리 음악을 까페에서 틀면 으응? 이렇게 되는 거다. 그렇게 되는 걸 이해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1집을 만들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Pop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게 팝에 가깝지만. 팝이 그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팝은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과 같은 거다. 그렇게 보면 우리 음악은 팝이 아닐 것이다.

너굴 : 난 잘 이해가 안 간다.

깜악귀 : 부담없이 옆이 어느새 와 있기는 어려운 거라는 말이다. 응? 뭐지?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거다. 별로 의도한 건 아니지만 3집의 우리 노래는 까페에 틀어놔도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는 조금 변한 거겠지. 3집은 편한 사운드로 할 거야. 라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붕작 : 기초소양 없는 막귀인 나에게 눈코는 어떤 느낌이냐면...음...마저 음식으로 예를 들겠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음식을 찾아 먹는다. 다른 편에서는 익숙한 음식을 계속 먹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전자를 입맛이 진보적인 사람들이라고 부르는데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흥미로워 하는 거다.

그런 것처럼 음악도 가볍고 듣기 좋은 게 사방에서 들리는데 ‘난 이 정도면 됐어.’라는 사람들이 있고 아닌 사람들이 있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눈코 음악은 된장찌개같은 음악은 아닌 거다. 굳이 말하자면 똠양꿍같은 느낌? 근데 그런 걸 찾아내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깜악귀 : 우리 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꽤 들은 사람이고 째즈 매니아 이런 사람들 말고, 브릿팝을 들어도 유명한 밴드 몇몇만 듣는 게 아니라 그 전까지 듣는 사람들? 펑크나 포스트 펑크까지 들었던 사람들 이거나 내세우는 감성을 이해할 만한 베이스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게 어떤 감성인지 그냥 알고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그 사람 성향상.


"적당한 건 아무 것도 아니잖아?"

깜악귀 : 우리 밴드의 성향이 그렇다. 이건 좀 밍숭맹숭해 라는 생각이 들면 다 버린다. 적당히 좋다...이런 건 다 버린다. 적당한 건, 아무 것도 아니잖아? 기하 음악을 들었을 때 내가 한 말이 그거였는데. 이건 심지어 나쁘지도 않아. 라고. 어중간한 것 보다 나쁜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기하 음악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어떤 곡이 그랬다.

너굴 : 그건 곰사장에 의해서 계속 재생산되고 회자되는 얘기다.

깜악귀 : ‘무난하다.’ 이런 걸 안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이 약간 무난한 부분이 있긴 하다. 어떤 노래 중에는. 그게 스스로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써졌는데 괜찮네. 라고 생각하기 싫어한다. 그리고 내가 어중간한 걸 쓰고도 괜찮다고 하면 밴드 멤버들이 모두 드롭시킨다. 이거 별로라고.

너굴 : 그렇게 드롭된 노래들이 있나?

깜악귀 : 많다. 진짜 많다.

너굴 : 그래서인지 확실히 눈코의 음악은 음악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붕작 : 음악하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음악을 좀 듣는 사람이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다.

너굴 : 아까 붕작이 음식에 비유한 것처럼 기본적인 바운더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보적이거나 혹은 진보적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노래 하나 만들기가 어렵다"

깜악귀 : 음악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화성이나 음악작법을 되게 잘 알아서 지쳐하는 경우가 되게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신선하다고 느끼는 듯 하다. 우린 그런 거 신경 안 쓰지만. 요즘은 작법이나 스킬? 그런 걸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왜냐면 기존의 방식으로 계속 만들 수는 없으니까.

너굴 :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건 좋지 않을까.

깜악귀 : 그럴테지.

너굴 : 물론 6-7집쯤 되면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겠지만. (웃음)

깜악귀 : 그때까지 낼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지. 어쩔 때는 그냥 언니네 이발관이나 산울림이나 브로콜리 너마저같은 작법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왜냐면 앨범 전체적으로 비슷한 스타일의 곡이 또 있는게 이상하지 않잖아. 근데 우리 밴드는 한 번 만든 공식의 음악을 다시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빠가 벽장>같은 스타일의 노래를 한 번 만들었는데 그런 노래를 또 만들면 전 거랑 비슷하잖아?

너굴 : 자체 모니터링이 세다.

깜악귀 : 그런 것도 있고 이미 안정된 장르작법 안에서 노래를 만들면, 그런 장르의 밴드다, 라는 게 있으면 그런 스타일의 노래를 계속 만들면 된다. 근데 우리는 특정 장르 작법에 기반해 있지 않기 때문에 노래를 만들면 장르 작법에 기반한 노래가 아니라 그냥 그 노래다. 그러니까 비슷한 풍의 노래를 만들면 정말 그 노래와 비슷해 지는 거다. 그러면 드롭이 되는 거고. 가사도 메시지가 센 편이라서 비슷한 가사가 또 쓰이면 정말 비슷한 가사가 되는 거다.

어떤 밴드는 사랑 노래로 열 곡을 다 채울 수 있다. 그게 비슷한 노래라는 걸 사람들은 별로 의식하지 않아. 왜냐면 사랑 노래라는 건 흔한 거니까. 앨범 전체가 사랑노래인 게 이상하지 않다고. 하지만 우리 밴드의 노래 하나하나의 독자성이 너무 강해서 비슷한 걸 만들 수 없고 그래서 곡을 쓰는데 더 어렵다.



"펄 잼, 핑크 플로이드 그리고 삐삐밴드"

너굴: 어떻게 이런 음악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처음 노래를 만들어 본 게 언제인가.
깜악귀: 대학 들어와서 통기타를 치기 시작하고 일년 뒤 정도?

너굴: 그보다 더 어렸을 땐 음악을 만들어본 적이 없나.

깜악귀: 없었다. 악기를 못 다뤘으니까. 대학 시험을 볼 때 지방에서 올라온 애들은 기숙사에서 하루 묵게 해줬다. 근데 그 기숙사에 기타가 있더라고. 가요책도 있더라고. 코드를 잡는데 그 전까지는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잘 안 잡혔는데 그날따라 잡히는 거다. 이선희의 <J에게> 그런 걸 치면서 ‘어? 코드가 잡히네?’ 했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대학에 들어가면 과방에 항상 통기타가 있었다. 그래서 그걸 잡고 연습을 했다. 재미있더라고.

너굴: 그러면 중고등학교때 시험삼아서라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나?

깜악귀: 없었다.

너굴: 되게 특이하다. 보통 싱어송라이터들이 어렸을 때 그런 재능이 발현되기 마련인데.

깜악귀: 어렸을 때 악기를 다뤘다면 그 때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 음악을 듣기는 했지만 만들지는 않았다.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너굴: 음악이란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언제인가?

깜악귀: 주말에도 기숙사 밖에 못 나가는 그런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한 200명이 사는 기숙사이다 보니까 애들이 CD나 테이프를 많이 갖고 있었다. 심심하니까 빌려 듣게 된 거다.

너굴: 그때 듣게 됐던 음악이 뭐였나.

깜악귀: 펄 잼, 핑크 플로이드,삐삐밴드?

너굴: 궁금한 게 다양한 음악들을 접했는데 그런 음악들이 귀에 익은 건지 아니면 그런 음악들을 운 좋게 처음에 접한 건지?

깜악귀: 처음에 접한 건 아니다. 내가 중학교 때 처음 산 앨범이 신승훈 앨범이었다. 중학교때만 해도 락을 듣는다거나 그런 게 없었다. 그냥 고등학교 때 그런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거다. 별로 개념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삐삐밴드가...좋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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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밴드 (from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붕작: 삐삐밴드는 너무 빨리 나와버려서 너무 웃기고만 지나간 것 같다.

깜악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밴드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너굴: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같은?

깜악귀: 나는 그 삐삐밴드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 밴드에 대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만큼의 가치를 두지 않더라. 핑크 플로이드 앨범이나 삐삐밴드 앨범이나 좀 구성된 이야기가 있다. 한 쪽은 경박하고 한 쪽은 경박하지 않은데. 둘 다 좋아했다. 그 때 펄 잼의 '브이에스(Vs.)' 앨범같은 걸 되게 좋아했다. 원래는 핑크 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을 계속 듣던 시절이었다. 기숙사의 주류 취향이 본 조비였는데도.

어쨌든 어떤 애가 '브이에스(Vs.)'를 샀는데 자기는 별로라고 해서 나 달라고 해서 들었다. 공짜니까. 처음엔 정말 안 좋더라. 한 열다섯 번쯤 들었을 때 갑자기 뭔가 와닿더라. 본 조비같은 팝류가 아니라 그런 얼터너티브의 거친 사운드가 좋다고 느낀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앨범은 전체적으로 묘한 구성미가 있었다. 어떤 곡을 딱 집어서 히트송이라고 하기 어려운 앨범인데 그런 게 좋았다.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너굴: 개인적으로 한때나마 음악을 했던 사람이어서 그런가 나는 제일 궁금한 게 뭐가 음악적으로  이 사람을 만들었는가이다. 그래서 자꾸 물어보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들었고 어떤 걸 가졌기에 자기의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깜악귀: 음악취향은 고등학교 때 생긴 것이고 대학 때 이것 저것 많이 들었다. MP3가 터져나오면서. 나우누리가서 많이 다운받아 들었다.

"당신을 괴롭게 하는 건 뭔가"

붕작: 너굴이 어떻게 지금의 이런 음악을 하게 되기까지의 시작에 대해 궁금해하듯이 나는 ‘지금의 사람’이 궁금해서 자꾸 어린 시절을 물어보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어린이? 아니 어떤 학생? 아니 어떤 청소년? 어떤 깜악귀? 였나.

깜악귀: 그냥 성적으로만 보면 반에서는 상위권이었다. 별로 규율을 위반하지도 않았고 얌전한 타입으로 보였을 것이다. 근데 울컥하고 과격한 면이 있긴 했다. 별로 규율을 위반할 생각은 없는데 규율 자체는 짜증내 하는 그런 타입이라고 할까. 묘하게 의견이 강하고 근데 뭐 의견을 내세울 생각은 없고.

붕작: 기숙사에서 살만 했나.

깜악귀: 살만 했다. 하지만 싫어했다.

붕작: 나는 공간에 대한 집착이 강한데 왜 그런가하고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에 진저리친 게 있어서인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인 공간이든, 시간이든 허용되지 않는 곳이었다.

깜악귀: 나도 그랬다. 물론 혼자 있는 게 더 좋다. 근데 기숙사에 있었지만 혼자나 마찬가지였다. 몇 명이 같이 사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것을 하는 것, 잠을 같이 자는 것 뿐이었다. 그 나머지 시간은 도서관에 있었으니까.

붕작: 고등학교때 친구들, 만나나?

깜악귀: 안 만난다.

붕작: 그때 친구가 있었나?

깜악귀: 있다면 있었다. 담 쌓고 지낸 건 아니니까. 나름 친한 애들이 있었다. 원래 사람에게 집착하는 타입이 아니다.

붕작: 원래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 사람으로 태어난 건가.

깜악귀: 어느 정도는 그랬던 것 같다. 누가 있든 없든 별로. ‘저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 그런 게 없었다. 친해지면 친해지는 건데 그 사람이 없어진다고 해서 별로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붕작: 그럼 당신을 괴롭게 하는 건 뭔가.

깜악귀: 글쎄. 사람에게 집착하지는 않지만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나를 괴롭게 하는 건 사람들이 바보같은 짓을 할 때?

붕작: 이를테면?

깜악귀: 이를테면 <그 배는 내일 침몰할거예요>의 그 아주머니처럼?

붕작: 그 아주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나.

깜악귀: 누구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때문에 괴로울 수는 있다. 그냥 자기의 강박이나 집착 때문에 스스로 괴로워지는 걸 보면 내가 더 힘들다. 그런 면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람이 없어진다고 해서 딱히 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더 거리를 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붕작: 그런 걸 보면서 괴로운 것 때문에?

깜악귀: 답답해지니까. 왜 좀 더 현명해지지 못하지? 뭐 그런 생각에. 아주 간단한 건데.

붕작: 당신은 대체로 현명한가.

깜악귀: 나도 나름의 어리석음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게 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어떤 남자에게 얽매이게 되었는데 그 남자와 헤어지면 되는 것을 도저히 끊지 못하는 것. 내가 보기에는 아주 간단하다. 안 만나면 된다.

붕작: 그렇게 했나.

깜악귀: 나는 그렇게 한다. 물론 괴롭다. 전혀 애착을 안 가지는 사람도 아니고. 괴롭다. 하지만 만나도 괴롭잖아?

붕작: 발행은 못했지만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인터뷰가 끝나고 (멤버인) 조웅이 나에게 그저 그런 질문 말고 머리를 확 치는 것 같은 질문을 해 줄 수는 없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런 종류의 질문에는 뭐가 있냐고. 그랬더니, 이를테면 이성에 대한 취향 같은 것을 묻는 것이라 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나.  어떤 사람을 주로 좋아했나.

깜악귀: 만날 수 있고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 예쁘면 좋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해력이 있는 것? 뭐든지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거든. 말 그대로를 듣지 않고. 그런 걸 가장 싫어하는 것 같다. 말 그대로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말이 안 통하는 걸 싫어하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걸 힘들어하는 거지. 별로 이해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붕작: 그래도 이해받는 쪽이 좋지 않나.

깜악귀: 그렇다. 하지만 억지로 가서 이해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다. 그렇지만 이해받지 못한다면 편안하게 느낄 수 없겠지.

3집에 관한 내용으로 출발한 이야기는 (인터뷰어들의 의도대로) 점점 깜악귀의 사생활 쪽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인터뷰의 두번째 부분에서 자세한 얘기를 풀어내려 한다. to be continued.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no. 10
눈뜨고코베인
《Murder’s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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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코베인 3집 발매 기념 콘서트
Murder's High

일시: 2011. 05. 22 (일) 18:30
장소: DGBD
게스트: 옥상달빛

예매 25,000원 | 현매 30,000원
예매처 향뮤직 (바로 가기 www.hyangmusic.com)

예매 오픈 04.28(목) 낮 12:00

* 공연 컨셉 상 입장 가능 관객을 150명으로 제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