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작의 관찰노트]혈관이 쫄깃해진다 - 옥수동 왕순대 인터뷰 2편

붕작

[밀가루 CF로 대박 날 때를 대비한 괜한 걱정 한 사발]  

뽀찌가 뭔가 하고 검색해봤다. 그런 단어를 처음 들었다. 개뽀찌는 또 뭔가.

건강하지 못한 돈을 얘기한 거다. 꼭 이렇게 손바닥을 비벼가면서 돈을 벌어야 하나라는 현대인들의 슬픔을 내가 대신해서 스트레스 해소차 부른 것이다. 별 철학이 있는 건 아니다.  

<모듬전>은 팥빙수와 냉면에 맞먹는 음식노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광고로 쓰이면 참 좋을 것 같다. 밀가루랄지...부침가루랄지... 

         video : 옥수동 왕순대 - 모듬전

(너굴)밀가루를 생각했다는 게 대박인데?
 
 

근데 허가가 나올라나. ‘모가지가 시뻘개지네-’ 이런 게 심의를 통과할 수 있는지? 

(너굴)그러게..지금 <졸업>도 안 된 마당에.  

모가지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너굴)근데 또 목아지라고 하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심의가 되게 웃긴다. 사전적인 의미에 관심 없이 컴퓨터로 필터링을 하는지...어우 또 확 열이 받네. 이를테면 크라잉넛 노래 중에 ‘다 죽자’라는 노래가 있다. 우리 지금 여기 다 죽자. 뭐 이런 가사인데 실상 그게 여기서 진짜 우리 죽자(die)가 아니지 않은가. 놀아보자 이런 거다. 근데 또 게릴라성 집중호우란 노래가 있는데 가사가 옥상에서 한 사람씩 떨어지는 내용이다. 웃긴 건 후자는 방송에 나오고 전자는 불가판정을 받았다는 거다.  

잘은 모르는데 방송 안하면 되는 거 아닌가? 

밀가루 CF에서 시작된 얘기다. (웃음) 

-까페에 잭 존슨 노래가 흘러나옴- 

(너굴)왠지 이런 잭 존슨 풍의 노래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어떤가? 

멋있지 않은가. 

(너굴)그래서? 

멋있는 건 안 된다.  

(너굴)뭐래-  

멋있지 말랬다. 나PD가.  

(너굴)나PD와 친한 건 알지만 다 믿을 필요는 없다.  

근데 걔가 맘에 안 들어 하면 녹음을 안 해주니까. (웃음) 이런 잭 존슨 풍 멜로디에 가사를 재밌게 하면 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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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의 과음으로 인한 턱선 실종 왕순대 / 나PD 의도대로 되가고 있음


[음악으로 인생이 좌지우지 되지 않는, 인생 때문에 음악이 좌지우지 되지 않는]
 

앨범발매를 앞두고 어떤 심정인가. 

글쎄. 별로 실감이 안 나는 게 사실인데. 한때 음악을 하면서 모든 뮤지션들이 자기 앨범을 위해서 달려가는데 나는 회사 다니면서 사실 그냥 취미정도로 통기타나 매고 다니면서 할 생각이었지 이렇게 앨범까지 바란 건 아니어서. 물론 모든 뮤지션들이 그렇겠지만 이렇게 앨범이 나온다는 건 영광이다. 굉장히 큰 의미이고. 물론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아방가르드 트롯을 낸 게 의외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잔잔한 미소 띄우면서 지내고 있다. 모르겠다. 그냥 이 앨범 때문에 소주 한잔 마실 수 있는 친구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극성팬이 생길 수도 있다.(웃음)

내가 이 앨범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해보겠다 그런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그런 욕심이 없기 때문에 건강하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너굴)그거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많이 안 뜰 것 같아서 좋다.  

(너굴)그런 의미가 아니라 곰사장과 처음 얘기를 했을 때 내게 와 닿은 말이 ‘인디의 본질은 투잡이다.’였다. 그러니까 뭐 목적의식을 가지고 달리시는 분들이 가지는 가치가 있겠지만 본인이 하는 음악으로 인해서 인생이 좌지우지 되지 않고 인생으로 인해서 음악이 좌지우지 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또 중요한 것이라고. 

이 얘기가 의미가 될지 모르겠지만 친구들끼리 술자리에서 놀다가 기타를 치면서 놀게 되는데, 그 노래가 이왕이면 내 노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밌지 않은가.  

음주 쇼케이스가 좋겠다. 막 마시고 노래 부르고 안주는 모듬전. 

어제도 친구들이랑 놀다가 노래 부른 곳이 약수동 시장에 있는 전집이었다. 학교 후배 부모님이 하시는 전집인데 모듬전을 불렀다. 전집이라 그런지 반응은 좋더라. 술과 노래는 뗄레야 뗄 수 없지 않은가. 작은 바람이 있다면 중국집에서도 한번 해보고 싶다.  

짜장면 노래도 있나? 

있다.  

(너굴)인디 쪽에서는 보통 앨범이 나오면 거점이 되는 까페나 클럽 같은데서 작은 공연으로 쇼케이스를 하는데 우리는 거점이 되는 전집과 맛집에서 하는 게 좋을 지도?  

딴 거보다 청요리가 소주에 잘 맞는다.  

(웃음)청요리...(왕순대는 본인이 의식하지 않지만 단어를 각별히 골라 쓴다.) 

호프집에서 파는 말도 안 되는 탕수육 먹느니 중국집에서는 맛있는 탕수육과 술도 팔고 하니까. 허옇고 밝은 데서 적나라하게 빨개지는 것도 보고. 혹시 아나. 놀다보면 군만두가 서비스로 나올지. 

(너굴)원래는 탑골공원에서 공연을 하려 했는데 전집 괜찮은 것 같다. 너굴의 난입은 여기서 마치겠다. 원래의 인터뷰로...근데 물 좀...여기 물이 맛있는 것 같아. 

이 집 물 잘 하네.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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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페가 유난히 잘 하는 물을 마시는 왕순대


[내 노래에는 꼭 기타 솔로가 들어간다]
 
 

각별히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는가? 

원더걸스 좋아한다.  

소녀시대보다? 

그렇다. 일단 소녀시대는 너무 정신이 없다. (웃음) 그리고 원더걸스가 더 개성 있게들 생겼고.

개성으로 치면 투애니원이 더 있을텐데. 

걔네는 무섭다.  

비욘세는 어떤가? (가사에 나왔다.) 

말 근육은 안 좋아한다. 사실 노래를 가리지 않는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그 열심히 만들어놓은 것을 몇 백 원 주고 듣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노래들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건 좀 불만이다. 본인들도 그런 음악 하고 싶지 않을텐데 회사 컨셉에 의해서 경제적 목적 때문에 그렇게 가는 것 같다. 나는 부활을 좋아한다. 그런 느낌이 좋다. 김태원씨가 만드는 노래 보면 비슷비슷한데 비슷한 노래들을 다 좋아하는 걸 보면 분위기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 기타솔로를 꼭 들어가게 하는 것도 좀 귀엽다.(웃음) 유아적이다. 하고 싶은 거야...기타 솔로가. 그래서 내 노래에도 기타 솔로가 꼭 들어간다.  

그런 거였나.(웃음) 

왜냐면 기타를 잘 쳐서가 아니고 치고 싶으니까. 결론적으로 순수한 음악이 좋은 것 같다. 머리 굴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것. 헤비메탈도 좋아한다. 화이트 스네이크 같은 고전 메탈도 듣고 크리드도 듣고. 대중없다. 현철도 좋아하고. 주현미도 좋아하고. 크으...주현미......미칠 것 같다. 간드러짐의 대명사다. 장윤정은 앙탈만 부리지 소울이 없다. 주현미 노래를 들으면 진짜 노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쩔 땐 심장이 벌렁거린다. 비 내리는 영동교나...짝사랑.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그 느낌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

 

[내가 하는 건 음악(音樂)이다, 음학(音學)이 아니고.]  

노래 외에 다른 좋아하는 것은? 

사람과 할 수 있는 걸 좋아한다. 술 먹는 거나. 아! 술 먹고 실수하는 거 좋아한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게 소주가 독한 술인데 그걸 먹고 왜 그렇게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먹지를 말든가. 술 먹고 뭔가 일상과는 다른 모양새를 가지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건데 그래야 다음날 속이 쓰려도 미소가 띄워질텐데. 그렇다고 사람 때리고 그런 건 아니고 논리적이진 않지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외계어를 한다거나. 나는 그런 게 초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노래들이 나왔었고. 내가 초능력자란 얘기는 아니고. 들어보면 알겠지만 맨 정신에 어떻게 그런 노래를 만들겠나.  

동의한다. 

모듬전도 어느 시장이었을 거다. 전집에서 할아버지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그게 정말 보기에 좋아서 만든 노래다. 예순도 더 된 분들이 XX하면서 그중 목이 가장 씨뻘갰던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욕을 가장 맛깔나게 잘 하시더라. 그 분 때문에 모듬전의 콘티가 나왔다고나 할까. ‘막걸리 한 대뽀에 모가지가 시뻘개지고’ 라는. 그분에게 굉장히 감사드린다. 난 생각하는 게 단순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무슨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귀에 듣기 좋으면 좋은 거다. 뭐랄까 다른 사람의 노래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하면 피곤해 지는 거다. 말 많아지고. 자꾸 배를 산으로 가게 하고. 음학이 아니지 않은가, 음악이지. 즐거우려고 하는 걸 왜 그렇게 정색하고 해야 하는지. 이게 내 철학이라면 철학이다. 그래서 잇글링에 써놓은 것도 웃음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꼭 개그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 내게는 그게 매개체가 그림이 아니라 음악인 것이다.  

그렇다면 장르가 트롯트가 아닐 수도 있겠다.

지금 노래 중에도 트롯트가 아닌 것도 많다. R&B도 있다. 이찌마이라고.  

응? 난 그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번에 안 실렸나 보다. 락 발라드도 있다. 난 트롯트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 난 장르가 없다. 그래서 프로듀서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야 PD야 도대체 이 노래들 장르가 뭐냐?’ 자기도 모르겠다더라.(웃음)  

‘혹시라도’라는 말이 좀 이상하긴 한데 혹시라도 인기가 폭발하게 되어 공연요청이 쇄도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버거워지는 때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걸 예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때 가서 저울질을 해야 할 일 아닐까. 그때 내 마음이 기우는 방향으로. 그것이 돈의 액수를 따라가는 건 아닐 거다. 그 때 상황에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곳에 가게 될 것 같다. 내가 비도 아닌데 뭘.(웃음) 

그나저나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무슨 사진? 나를 찍는 건가? 

그럼 나를 찍겠나.  

어우 어제 술 좀 마셔서 부종기가 있다. 지금 얼굴 턱선이 실종됐는데. 나 턱선 있는 사람이다.  

알겠다. 그렇게 써 주겠다. 그럼 여길 보시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국 쑥스러움에 이쪽을 보지 못하는 왕순대 / 오지도 않은 문자 확인 중


인터뷰를 마치니 어느덧 11시가 훌쩍 넘었다. 11시가 되면 마을버스가 끊기는 동네에 살고 있는 내가 집에 갈 궁리를 하느라 보도블럭에 신발코를 무담시 툭툭 치고 있을 때 왕순대가 아무렇지 않게 가는 길에 태워 주겠다고 한다. 길을 모르는 내가 생각해도 우리 동네는 옥수동 가는 길목에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역시 왕순대는 호인이구나! 호인의 호의는 덥석 물어야 하는 법. 길치의 눈에도 터무니없게 이상한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낯선 동네를 돌며 왕순대와 나는 두서없는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공덕이라는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지 않은 동네를 돌아나가면서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본 게 오랜만이다.’라고 생각했다. 좋은 것을 좋다고 선선히 말하는 사람. ‘좋아하게 돼버리면 왠지 지는 기분이다.’ 라는 생각에 좋은 것도 안 좋은 척 한다거나, 무심해 보이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깨알처럼 많은 세상에 쓸데없는 위선과 위악이 없는 옥수동 왕순대는 크고 솔직한 밤고구마 같은 사람이다.
옥수동 왕순대, 사람이 맛있는 만큼 음악이 맛있는 것이리라. 어떤 눈속임보다 원자재가 좋아야 그 결과물이 맛있다는 것은 요식업계 불변의 진리다.



+맛있는 옥수동 왕순대의 첫 EP <똑 떨어지것네> 자세한 정보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