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석연치 않은 황색 연서

붕작
 1. 밴드든 팬이든 어쩌면 둘 다,도발하면서.

외모면에서 후르츠씨와 유미씨, 조까씨와 까르푸씨를 헛갈리고
성함면에서 후르츠씨와 까르푸씨를 여태껏 헛갈리고 있던
나로서도 그들의 고별이 아쉽다.(과연 누가누군지 제대로 쓰긴 한 것일까)

2. 놓쳐버림으로써 완성된 이상형

옛날에 미쓰라가 쇼프로에서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모르는 여자요."

자세하게는 기억할 수 없지만 미쓰라는 방금 스쳐 지나간 그 여자의 뒷모습에서 가장 강렬한 흥분에 사로잡힌다고 했다. 언뜻 얼굴을 본 것도 같지만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  내가 이봐요! 라고 불러서 이 쪽을 돌아보기 전 바로 그 상태가 최적의 이상형이라고.

별 생각없이 한 말 같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에야 아마도 이상형이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하지만 미쓰라의 말이 종종 생각난다. 알 것도 같다, 그 기분.

나에게 불쏘클은 어깨를 스치며 얼굴을 보기는 하였으나 아직 뒷모습밖에 모르는, 하지만 꼭 불러서 이쪽을 돌아보게 한 다음 말을 걸어보고 싶은 그 단계의 이상형이었다.

하지만 내가 부르기도 전에 그 여자는 바뀌어버린 횡단보도 신호에 하이힐 소리만 남기고 또각또각 떠나가버렸다. 그렇게 난 그녀를 불러세울 기회를 잃어버렸다.


                                                 <2010 여름 지산뒷동산에서> 사진:붕작똑딱이


3. if i were a bird i would fly to you 가정법과거

지산에서 곰사장은 내게 알아서 뮤지션들 인터뷰를 해보라 하였다. 알겠다고 했지만 내가 한 거라고는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을 때 슬쩍 끼어 몇 장의 사진을 찍는다거나...나중엔 그나마도 더워서 안 했다. 무대 밖에서 거의 처음보는 뮤지션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더라면, 내게 그런 용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면, 지금 나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사진. 그래도 김간지씨의 주요부위가 보일락말락한 나름 황색언론용 사진을 건져서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까씨의 정녕 즐거운 미소를 보라지. 레드카펫 드레스패션을 능가하는 까르푸의 오버올패션 사이드 샷이라는 점은 또 어떻고.

지산뒷동산에서 더 용기를 내어 얘기를 했었더라면
고별공연이라고 말할 때 정말이라고 믿어주었더라면

건너편 길 골목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이렇게 오래 보고 있지는 않을텐데.

난 어쩌자고 불쏘클도 잘 모른 채 살아왔나 모르겠다. 곰사장은 어쩌자고 작가고시에 불쏘클을 넣지 않았나 모르겠다.

4. 가정법 미래 - 예제모름

안녕히가세요.
뭐 복귀하실 것이지 말입니다.

1992년에 서태지를 처음 본 사람들도 있었지만
10년 뒤 서태지를 처음 본 사람들도 있었듯이

나도 그렇게 불쏘클을 2015년 정도에 처음 보는 사람이 될 계획이다. (굳이 나의 계획에 따라올 필요는 없다. 2011년 컴백이라고 해도 아마 처음본 것처럼 누가 누군지 아직 모를테니.) 아마 눈물흘리며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석연치 않은 결말 EP나 사서 들어볼 일이다.

생각해보면 이건 너무 겁없는 짓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사람홀리는 악명을 익히 알고 있거늘,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뒤늦게 불타는 사랑을 느껴버리게 되면?
이미 후미진 골목으로 사라진지 15분가량 지나버렸는데 종로에 사는지 과천에 사는지 알 수 없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신세와도 같지 않나.

그래도 용기를 내어 봐야겠다. 그리고 나서 눈물을 흘릴 일이다.

<연서끝.>


PS. 이거슨 불쏘클에게 고하는 연서인 동시에 예고했던 지산락페실패기이기도 함을 알려드립니다(저 사진 지산 사진임, 일부 실패의 내용을 담고 있음). 쓰려고 보니 생각도 안나고해서 그냥 밴드 아침의 보컬이자 BGBG일본사업본부장이시기도 한 권선욱씨 인터뷰로 넘어가버리려고 합니다. 제가 밀가루인형님관련 건수 하나 올렸으니 선욱님도 갚아야지요. 이래놓고 또 다른 걸 쓸 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 내리고 있는 이 시끄럽고 끈기있고 성실한 가을비와 다르기 때문이지요.

프롬:이제 텍스트배경 색상선택 및 텍스트상자기능을 쓸 줄 알게 된 붕작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