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한밤의 수사반장 - 쌍둥이자매 사건! 범인은 누구인가?

좋은 achime 입니다

1. 전말 : 아침 댓바람의 지령

  어느 날 밴드 아침의 보컬이자 붕가붕가의 일본라이센스팀장인 권선욱씨에게서 문자가 왔다. 네통(NateOn-편집자 주)에 친구추가를 하라는 거다. 권선욱씨가 나에게 작업을 거나? 따위의 의심을 품을 겨를도 없이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거슨...................................... 일이다!

그래서 나는 답문을 하지 않고 있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을 때가 돼서야 비로소 답을 했다. 그리고 사실 네통은 1984년 이후로 써 본적이 없어서 비밀번호도 잊어버렸다. 그 전에 프로그램부터 다시 깔아야했다. 은행로그인이었다면 강력하게 제재를 당할 만큼 수많은 패스워드를 입력해 겨우 네통에 들어갔다.

예고편만 냅다 던져놓고 본편은 안 쓰면서 답글만 충실히 달고 있던 내게 날아온 권선욱씨의 지령! 토쿠마루 슈고를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 고로...어쩌고 저쩌고....

일단 알았다고 했다. 마감은 일요일. 난 토요일밤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감을 넘길 용기도 없었다. 일요일 오후부터 시작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에 갑작스런 비보가 날아들었고, 난 결국 약속을 어겼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나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세 번의 미안해요가 들어간 사과의 문자에 답문도 안 보내주는 권선욱씨를 생각하며(무서워하며) 토쿠마루 슈고 폴더를 열었다.

그러니까 애시당초의 지령은 이것이었다. 토쿠마루 슈고가 제작한 무인양품의 광고음악과 국내 광고음악을 비교해보자! 후자를 까면서 전자를 가치 있게 만들어보자는 초딩 2학년 전술을 쓰려고 한 거다.

그리하여 나는 1910년 이후로 들어가 본 적 없는 광고전문 사이트 TVCF에 들어갔다. 집에 TV가 없는 관계로 식당에서 밥 먹을 때 말고는 광고를 볼 일이 없는 나는 TVCF광고 베스트 100을 보면서 하나하나 클릭하며 제일 후진 국내광고음악을 찾아볼 요량이었다.

2. 징후 : 불길한 조짐들

우선 맥심 광고. 정우성과 임수정. 으....................................훌륭하잖아! 눈물을 쥘쥘 흘리며 14번쯤 돌려봤다. 임수정도 정우성도 이문세도 완벽하기 그지없잖아. 패스-

유니클로. 공효진이 너무 적절하고 BGM 흠 잡을 데 없음. 패스-

하나하나 클릭하며 도리도리를 하다가,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무인양품과 비교를 하려면 동종업계를 보던가, 비슷한 스타일의 광고를 갖다 대야 할 터인데, 일단 우리나라에는 내가 알기로 무인양품같은 브랜드가 없다. 옷도 팔고 침대도 팔고 칫솔도 팔고 공책도 팔고 쿠키도 파는 브랜드. 있으면 제보해 달라. 내가 알기로 A-LAND가 아직 침대는 팔지 않는 것으로 안다. 게다가 그건 브랜드라기 보다 콜렉트 샵이므로. 패스-

그럼 난 에이스 침대와 비교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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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타일. 또 내가 알기로는 무인양품처럼 나레이션 하나 없이 진행되는 광고가 거의 없다. 얼마 전에 딴 딴딴딴 딴딴딴 딴딴 하는 음악에 맞춘 캐논 디카 광고가 있기는 했다. 흠, 얼마 전이 아니라 2년 전일까? 하여간 그렇다. 그렇지만 그것도 BGM과 카피가 기깍기를 맞춘 광고였다. 최근 브리트니 스피어스 랄랄라 랄라 랄라라에 맞춘 투싼 광고도 있지만 이 역시 카피와 기깍기를 맞춘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절대적 무인양품의 광고를 뭐와 비교한담?

 

3. 단서 : 예상치 못한 실마리

이미 시간은 새벽 3시로 향해가고 있었다. 친하지도 않는 권선욱씨에게, 마감약속도 어긴 마당에 ‘아무래도 이 기획은 무리데스.’라고 말할 수도 없는 법.

마음은 종이접기 5단계를 지나고 있었으나 어쩔 수 없는 베스트 100 광고 클릭질은 계속 했다. 허...광고는 많은데 역시 임채무씨의 돼지바 광고, 서우의 옥매와까 광고를 넘어서는 광고가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아니 이거슨!!!!!!!!!!!!!!!!!!!!!!!!!

깔끔하고 덤덤한 비주얼, 괜찮은 카피의 광고가 눈에 띄면서 동시에 귀가 열렸다.

그러니까 이것은

수호천사 동양생명-플러그 오프 보험편

(밀가루인형인데다 웃음소리는 귀엽게 방정맞으며 아마 착할 것 같은)‘토쿠마루 슈고’잖아.

 난 사실 음악 듣는 귀가 그저 그렇다. 좁은 데다 얇고 펄럭대기까지 한다. 그래서 장르고 뭐고 따지는 것도 별로 없다. 한마디로 예리한 리슨투더뮤직능력따위 없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싸디 싼 내 귀가 반응했다. 이건 토쿠마루 슈고라고.


 자료 동영상: 토쿠마루 슈고가 음악감독을 맡은 무인양품 광고.

그렇게 붕작의 ‘두근두근 한밤의 수사반장’이 시작됐다.


4. 추적 : 밟힌 적도 없으면서, 지렁이의 심정으로

일단 동양생명 제작정보를 캤다. 라고 하기엔 그냥 TVCF에 로그인하면 보인다. 제작곡. 이라

고 쓰여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직접 제작했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 스스로에게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 나는 다시 민초들이 가장 의지하고 믿는 포털 검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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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마도 직접 이 BGM을 만드신 분의 글을 보아버린 것 같다. 점점 보잘 것 없는 내가 네티즌 수사대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이 말인즉슨 토쿠마루 슈고가 제작해 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두 BGM 사이에는 기타 리프와 휘파람 소리의 차이가 있지만 끼끼긱 뭔가가 돌아가는 소리, 문 열 때 나는 종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진행이 너무나 흡사하다!! 무인양품쪽이 키 큰 소프라노라면 동양생명쪽은 키 작은 알토같은 느낌.

역시 내 귀가 싸서 다 그렇고 그렇게 들릴 뿐인 것일까?



5. 미궁 : 이거슨 1Q84의 BGM?
 
내가 기술은 없지만 무인양품 광고에 동양생명 나래이션을 넣어보던지, 동양생명 광고의 나래이션을 닦아서 BGM만 들리게 하던지를 꼭 해보고 싶다.

난 아직 자신할 수 없지만 이상한 흥분에 휩싸여 있다.

범인은 누구인가.

라기 보다

정말로 이 두 BGM은 혈연관계가 없단 말인가?

순수한 남남인가?

16년 전에 헤어진 쌍둥이가 아니란 말인가?


일본라이센스팀장님의 지령과는 엉뚱한 곳으로 푹 빠진 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붕작은 내일 아침에 맨 정신으로 두 CM을 동시에 틀어놓고 비교하려고 한다. 그리고 주변 모든 지인을 동원해 설문조사에 들어갈 참이다.

알고 보면 내 귀가 그렇게까지 저렴한 게 아닐 수도 있어!!

라는 흥분에 젖어있는 것인지도.


수준 높은 귀를 자랑하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